신성준 청주 흥덕구 건축과장

세월유수(歲月流水), 일장춘몽(一場春夢), 인생여조로(人生如朝露)라 했던가, 그야말로 세월은 참 빠른 듯 하다. 엊그제 파릇파릇 새싹이 돋고 꽃이 핀다 하더니 금새 푸르름에 이르고 또다시 이처럼 가을이 되어 온 강산이 오색단풍으로 물 들었으니 말이다.

어느새 마음은 가을에 심취해 잠시 아주 어릴적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집안 마루 나무기둥에 매달아 놓은 스피커에서는 내일은 첫서리가 내릴 것이라느니, 강원도 설악산에는 언제쯤 첫눈이 예상 된다느니, 그러면서 수확을 앞둔 농촌에서는 피해를 입지 않도록 이에 대비하라고 말하던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하게 귓전에 들려온다.

그 시절을 떠올리면 또하나 빼어놓을 수 없는 것이 도토리 털기였다. 도토리는 참나무에서 맺는 나무 열매이다. 도토리는 이맘때 한철이기 때문에 우리집 뿐만이 아니라 온 마을 사람들이 집안일이나 들일에 잠깐 틈이날 때 마다 산으로 올라 도토리를 털곤 했었다. 우리산은 마을가까이 붙어있는 자그마한 얕은 야산이었고 대다수 수종이 참나무로 이루어져 있었다. 도토리 털기는 떡갈나무로 단단히 만들어진 떡메를 들고는 두들기면 도토리가 나무아래로 우수수 떨어진다. 떨어진 도토리는 준비해온 망태기에 담아 집으로 가져오곤 했었다. 지금도 생각해 보면 마을 앞산 뒷산 이곳 저곳에서 도토리를 터느라 떡메질을 하던 쿵쿵하던 소리가 꿈결처럼 들려온다. 이렇게 털어서 집으로 모아온 도토리는 한동안 물에 담가 놓은 후 다시 건져내서 마당에 멍석을 펴고 널어서는 햇볕에 단단히 말려야 한다.

이제 서리가 내리고 단풍이 절정에 이른다는 상강(霜降)도 지나고 나니 가을도 만추에 접어드는 듯 하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삼천리 금수강산이라고 했다. 만추의 가을 경치를 보고 즐기고자 전국의 산천과 유명 관광지에는 나들이 행락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직장이나 각종 모임 그리고 단체에서 이름있는 유명 산천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은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 했다.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이때쯤 한번은 자기가 태어나 자란 시골 고향을 찾아 산천과 들녘 마을을 거닐며 그때의 추억과 향수를 느껴보면 어떨까 싶다. 그럼으로 현실에서의 풀리지 않는 각박한 마음에 위안이 될수도 있지 않을런지.

오는 29일은 금년도 4회째를 맞이하는 우리 흥덕구 소재 자랑인 부모산 걷기대회가 있는 날이다. 각종 경품도 푸짐하다. 모쪼록 흥덕구 만이 아닌 우리 청주시 공무원과 시민모두가 행사에 동참해 만추의 가을도 느껴보고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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