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석 한국교통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우리가 사회 과학이라고 부르는 분야들은 계량적인 접근이 가능한 분야들로서, 대표적으로 경제학이나 경영학 등을 들 수 있다. 정치학이나 사회학 더 나아가 고고학, 인류학, 언어학 등의 인문학도 수리적인 방법론을 사용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사회 과학은 통계적 방법론 및 확률 개념에 기반을 둔 수리적인 도구를 많이 이용하고 있으며, 전산학이나 이론 물리학 등은 수학의 분야로 간주하지 않고 인접한 분야로만 생각한다.

수학의 역사를 살펴 볼 때 뉴턴에 의한 미분적분학의 발명과 천체의 운행 법칙을 포함하는 동력학 이론은 근대 과학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여러 세기에 걸쳐서 자연 과학이나 공학 등에서 수학, 특히 미분방정식 이론이나 푸리에 해석학 등이 성공적으로 이용되어 오늘날의 물질문명을 이룩하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했다. 이렇듯이 수학은 매우 작은 오차 안에서 앞으로 일어날 현상을 예측하고 조절할 수 있게 했고 정확하게 디자인된 온갖 종류의 정밀한 기계들의 제작을 가능하게 했다.

이로 인해 인간은 제한된 범위지만 자연을 극복할 수 있는 도구를 갖게 됐다.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개인들과 사회 제도를 어느 정도까지 공리 화하고 계량화해 이해할 것인가. 또 사회 현상을 어떤 모델을 사용해 이해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이공계 분야에 비하여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또한 사회 현상의 인과 관계를 잘 알기 어려운 면이 자연 과학과 다른 점이다. 사회 과학에서는 오늘의 진리가 미래에도 성립한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모델을 실험적으로 검증하기가 어려운 것도 연구의 어려운 점에 한몫하고 있다. 인간의 삶이나 사회의 변화는 일회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모델이 너무 구체적이거나 세부적인 경우에는 사회 현상의 무한한 다양성 때문에 중심적인 요소에 초점을 맞출 수가 없으며, 그렇다고 해서 단순한 모델을 연구한다면 상식수준의 결론밖에 얻을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사회 과학에서 수학의 쓰임이 자연 과학이나 공학에서의 수학적 이용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정량적인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모델에 포함된 인수들의 값들을 구해야 하는데 이것이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다. 주로 통계적 조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필요한 비용과 소요 시간 등을 생각한다면 작은 오차 범위 안에서 인수를 추정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20세기 말에 수학은 다른 학문 분야와는 달리 생존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컴퓨터 프로그래밍 인력에 대한 수요의 급증뿐만이 아니라, 오류 정정 알고리즘, 암호론, 자료 압축 알고라즘 등의 현대 고급 수학이 정보 산업에서 이용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 이외에 금융산업에서 수학이 차지하는 위치가 커졌다고 생각한다. 뉴욕의 월스트리트와 런던 금융가인 시티에 위치한 금융 회사들에서는 수학 교육을 받은 많은 인력들이 활동하고 있다. 한편 컴퓨터 및 통신 공학의 발전과 더불어 금융 산업도 계속 발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현대의 디지털 통신망을 이용하면 시간의 지연 없이 적은 비용으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으며, 금융 회사 사이의 거래도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약간의 금융 지식의 차이가 수익면에 있어서 큰 차이를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수학의 발전에 따라 금융 산업의 모습도 달라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