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주성 변호사

이번에는 매우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선 무엇보다도 본 칼럼이 징병제를 포기해야 한다거나 대체복무제의 도입을 찬성한다는 의견을 개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얼마 전 대한민국 법원 항소심에서 최초로 양심적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가 선고돼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검찰의 상고로 조만간 대법원의 판결을 받게 될 것이고 조심스럽게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건인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결론을 도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에 있어서 징병제는 사실상 그 제도의 근간에 대한 논의조차 허락하지 않는 금기의 영역이었습니다. 분단이라는 현실이 갖고 있는 특수성과 병역의 의무이행을 희생과 동일시하는 관념 속에서 윗세대에서 아래세대로 아무런 예외를 허락하지 않는 당연함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현실적으로도 병역을 이행하지 않는 자의 경우 일단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대상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간간히 모병제 혹은 대체복무제의 도입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너무나도 공고한 징병제의 벽 앞에서 논의의 시도조차 불가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던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해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던 사례를 뒤집고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하게 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대한민국의 병역제도와 관련해서는 법적인 판단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통한 해결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징병제의 근간을 모병제로 전환할 것인지 아니면 징병제를 유지한 틀에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인지는 여러가지 의견을 수렴해 사회적 합의가 돼야 하는 사안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서는 의견 수렴을 위한 공론화가 되어야 할 것인데 그러한 실질적 절차의 진행이 전혀 되지 않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현실적으로 국방의 의무가 필요한 시점에서 단지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양심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병역의 의무를 거부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논의, 대체복무제의 도입이 될 경우 일반적인 병역의무이행자와 비교해 형평성 차원에서 어떤 구체적인 시스템을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 등 매우 미묘하고도 복잡한 논의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논의조차 없는 상태에서 법적으로 무죄를 선고한 것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보여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일반적인 사건 진행에 맞춰 조만간 대법원 또한 유죄든 무죄든 결론을 내릴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결론이 도출된다고 해 이러한 문제가 해결됐다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무죄가 선고될 경우 그러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처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번에 한해 유죄가 선고된다면 그러한 것처럼 1년 6개월의 실형을 사는 기형적인 시스템을 계속 두어야 하는 것일까요? 궁극적인 논의가 진행돼 변화된 현실에 맞춘 징병제의 시스템의 유지 혹은 개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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