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국회 국정감사에서 진경준 사건과 관련하여 더불어 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김정주 부친 소유 집을 구매한 현직 검사는 진경준과 함께 근무한 직속상관이었다”고 하자 해당 차장검사는 김정주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고, 김정주 아버지도 구매자가 누구인지 모른다고 한다. 한마디로 진경준의 상사였던 차장검사는 우연히 그 집을 구매하게 됐단다.

이화여대 최순실씨 딸 정 아무개씨는 의류산업학과 계절학기 수업을 비전공자로 수강하면서, 글로벌 융합 문화 체험 및 디자인 연구를 목적으로 중국 구이저우에 갔다. 정 아무개씨는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당시 기획처장 등 일부 교수와 대한 항공 비즈니스석을 탔다. 이에 대해 이화여대 관련자들은 우연히 같은 항공기를 탔다고 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 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김수남 총장과 박지만 회장이 사적으로 만났다고 하자 김수남 총장은 이를 강력하게 부인하였다. 이에 김수남 총장 부인이 우연히 식당에서 박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총장을 시켜주어서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 우연과 관련해 어떤 사람은 우연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태양 아래 우연한 것은 하나도 없다면서 부정한다. 토머스 쿤은 과학혁명의 구조라는 책에서 과학의 발전은 뉴턴이 사과나무 아래에서 만유인력 법칙을 발견한 것처럼 우연에 의하여 혁명적으로 일어난다고 한다. 그러나 그 모습만 우연일 뿐 실제는 연구자의 끊임 없는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에디슨은 “나의 모든 발명은 우연히 된 것이 아니라 내가 한 일의 결과다”라고 말하고 있다.

어떤 사건에 우연이 개입되면 행위자의 의도가 아니므로 그의 책임이 되지 않는다. 이에 같은 식당에 있었던 것은 우연이고, 같은 비행기로 가게 된 것도 우연이며, 같은 모임의 회원이 된 것은 우연이고 같은 회원이지만 한 번도 사적으로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 지나가다가 우연히 들려서 차 한잔 하다가 그렇게 되었네요. 힘 있는 사람들이 의혹이 밝혀졌을 때 하는 공통적인 말이다. 진실을 우연을 가장해 숨기는 것이다.

그러나 보통 사람은 현재는 모든 과거의 필연적 산물이고 모든 미래의 필연적 원인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며,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고 생각한다. 복권을 사기보다는 열심히 일하고, 권력에 의존하기보다는 노력을 택한다. 무슨 일이든 노력하면 이루어지고 게으르면 실패한다는 것을 필연으로 믿는다.

진경준 전 검사장이 주식 대박을 내고, 최순실 딸이 리포트만으로 좋은 학점 받고, 채용기준 바꾸어 특별 임용하는 공기업에서 우리는 필연이 거짓된 우연에 의해서 무너지는 것을 보게 된다. 이러한 것을 볼 때마다 보통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 이 땅에 태어난 것을 악연으로 생각한다.

필연을 믿는 보통사람과 우연을 쫓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악연이 되어 갈등하는 사회는 바람직한 사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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