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전국시대(戰國時代) 말기에 진(秦)나라는 최강대국이었다. 그 주변의 여섯 나라가 위급해지면서 힘을 합쳐 진나라에 대항하고자 군사동맹을 맺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중 군사력이 튼튼한 초나라에서 임무군(臨武君)을 연합군 총대장으로 임명하였다. 그러나 임무군은 이전에 진나라와의 전투에서 번번이 패한 경험이 있어 다른 나라에서 크게 걱정을 하게 되었다. 그중 조나라가 반발이 심했는데 신하 위가(魏加)를 초나라에 보내 우려를 표시하였다. 위가가 초나라의 재상인 춘신군을 만나서 물었다. 

“임무군을 연합군 총대장으로 임명한다는 소문이 들리는데 그게 사실입니까?”

그러자 춘신군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우리 주군께서 뜻이 확고하십니다. 그런데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입니까?”

그러자 위가가 춘신군에게 예를 표하며 옛이야기 하나를 들려주었다.

“어느 날 위나라 왕이 신하 갱영과 걸어가며 한담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마침 기러기 한 마리가 허공을 가로지르며 날아가자, 이를 본 갱영이 위나라 왕에게 아뢰었습니다. 제가 활시위만 튕겨 저 날아가는 기러기를 떨어뜨려보겠습니다. 왕이 그런 궁술은 들어본 적이 없다며 감히 왕을 농락하려하냐고 노하며 말하였습니다. 그러자 갱영이 신하된 자가 어찌 군주를 농락하겠습니까? 하고는 바로 빈 활시위를 크게 튕겼습니다. 이때 허공을 날던 기러기가 정말 땅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왕은 놀라움을 금지 못하며 정말 신묘한 궁술이도다. 과거 궁술의 대가들이 감히 따를 수 없는 묘기라며 극찬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갱영이 그렇지 않다며 사실대로 아뢰었습니다. 저의 궁술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기러기가 상처를 입었기 때문입니다. 기러기는 허공을 낮게 날고 있었고 울음소리도 또한 처량했습니다. 저의 활시위 소리를 들은 기러기는 화살이 자기에게 날아오는 줄 알고 급히 높이 날아오르려다 그만 상처를 이기지 못하고 땅에 떨어진 것입니다. 춘신군께서는 이 이야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시겠습니까? 지금 여섯 나라 연합군 총대장에 초나라 임무군이 임명되었다고 합니다. 임무군은 진나라와의 전투에서 연전연패한 까닭에 아마 지금은 진나라 이름만 들어도 놀라 자빠지고 말 것입니다. 그러니 어찌 걱정을 안 하겠습니까? 재상께서는 이번 임명을 반드시 재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야기를 듣고 난 춘신군은 그 말이 옳다고 여겨 초나라 왕께 이를 고했다. 결국 초나라 왕은 임무군에 대한 임명을 거두었다. 이는 전한(前漢) 때 유향(劉向)이 편찬한 ‘전국책(戰國策)’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경궁지조(驚弓之鳥)란 한번 화살에 다친 새는 활소리만 들어도 놀란다는 의미다. 또는 한번 놀란 일로 다음에 일어날 일을 몹시 경계함을 뜻한다. 세상에 이름이 있는 모든 것들은 자신을 이기는 상극이 있다. 나무는 흙을 이기고, 흙은 물을 이기고, 물은 불을 이기고, 불은 금을 이기고, 금은 나무를 이긴다. 아무리 내공을 쌓고 실력을 갖춘다고 해도 천적에게는 이길 수 없다. 그러니 조심하고 물러서는 것이 상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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