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 국립청주박물관 자원봉사회

책은 참 고맙다.

모르는 길, 아는 길 인생길에서 좋은 이정표가 돼준다. 책과 인연을 맺은 시기는 어슴프레하기만 하다.

밤이면 마실 온 동네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안방에 두런두런 둘러앉아 그 자리에서 가장 목청 좋은 이가 심청전이나 숙영낭자전 등 숱한 고전을 읽어주었다.

슬픈 대목에선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주인공이 궁지에 몰렸을 때는 실제 자신의 일인냥 무릎을 치며 안타까워했던 모습이 눈에 선하기만 하다.

책 내용이 긴 장편은 하루 저녁에 다 읽지 못하니까 몇 장 남기고 책장을 덮으면 그 때까지 귀기울인 청중들은 무척 감질나는 순간이었다. 책은 산골에서 귀한 존재였다. 초등학교 도서관이 갖춰져 있지 않아 담임선생님이 도시에서 사온 책을 수업시간에 읽어주셨다.

지금 그 시절을 떠올려도 퍽 소중한 시간이다. 직접 읽은 것은 아니지만 그 때 받은 감동이 생생히 전해오는 듯하다. 그 이후 취미활동에는 무엇을 쓸까 고민할 필요도 없이 ‘독서’라고 적었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도 서점에 들러서 책구경하는 것이 즐거운 취미생활이 됐다. 서점에서 책 구입하는 것은 얼마 되지 않으면서 야금야금 읽는 도둑독서를 즐겨했다.

이 부분은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줄 안다. 책, 그 안에 담긴 내용도 그렇고 크기도 다양해졌다. 특히 희귀서라든지 고서를 만나는 것은 오복에 더한 육복에 해당할 정도.

지금 책 크기는 국판, 크라운 판으로 나누지만 우리나라 과거는 출판물에 수진본, 건상본이 있었다. 주머니나 옷 소매 속에 넣고 다니면서 읽을 수 있는 간편한 소형 책자이다. 소형 책자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염낭본이라고 칭한다. 염낭은 주머니를 뜻한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언제 어디서나 읽었다고 한다. 책이 널리 있지 않고 정겨운 느낌이다. 염낭본보다 더 작은 책도 있다.

 중국에선 망건통 속에 들어 갈 만한 작은 포상본이 있었다. 포상본, 염낭본 등 책 모양에 관계없이 이 여름에 많이 만나기를 원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 독서에도 해당이 되나보다. 훌륭한 양서 고마운 책을 만날 수 있는 희망이 있어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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