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철 행복나눔협동조합 대표이사

올해도 작년처럼 태풍 없이 잘 지나간다고 했더니 느닷없이 10월에 ‘차바’라는 태풍이 찾아와 많은 상처를 내고는 사라졌다. 이번에도 사전에 태풍의 진로나 크기를 통보하고 준비를 했지만 자연의 힘에는 모두가 속수무책이다. 한 시간 동안 내린 비와 거센 바람으로 인한 피해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어디가 강이고 어디가 도시인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의 물, 거센 바람으로 갈기갈기 찢겨진 비닐하우스와 과수나무, 수확을 앞둔 농작물의 침수를 바라보고 있는 농부의 얼굴에서 인간의 한계를 본다.

필자의 대학시절인 1970년대는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어렵던 시절이었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것은 아르바이트로 학생들을 가르쳐 돈이 생기면 제일 먼저 산 것은 쌀이다. 쌀독에 쌀이 가득차면 나는 물론 부모님도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아니 가득 찬 쌀독을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그런 귀한 쌀이 언제부터인가 천덕꾸러기가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나니 마음이 아프다. 작년보다 쌀 재배 면적은 줄었는데도 생산량은 오히려 많다고 한다. 그럼 분명 대풍이다. 옛날 같으면 생산성이 올라갔다고 담당 공무원들은 상을 받을 것이고 농민들은 풍년가를 불렀어야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울상이다. 아니 농민들은 당장 머리띠를 두르고 관공서 앞으로 가 풍년가 대신에 시위가를 부를 기세다. “4년 연속 대풍이니 이제는 쌀을 보관할 창고는 부족하고, 국민들의 식생활변화로 쌀을 먹는 양은 점점 줄어드니…” 관련 공무원과 농협 직원들의 걱정과 근심은 쌀 만큼 대풍이다.

어디 그뿐인가 “한강의 기적이다. 원조를 받던 나라가 원조를 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라는 칭찬과는 좀 거리가 있는 일이 자꾸 발생해  사회가 불안하다. 그 중 몇 가지를 살펴보면 우선 남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노동자들이 월급이 적다고 또 노동조건이 악화될 것이라는 이유로 전면파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경제지표는 벌써 몇 년 전부터 곤두박질치고 있는데도 여야의 극한 대치로 민생을 해결할 방도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고 셋째는 세계가 불안에 떨고 있는 북한의 핵실험이 벌써 5차를 넘어 6차를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이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당사국인 우리나라는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사드배치를 어디에 두느냐를 가지고 지역적인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개개인의 사정을 들어보면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국가 전체적인 측면에서 보면 모두가 불안 요인이요, 거꾸로 가는 모습들이다.

분명 경제·사회·문화를 보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발전 속도가 빠르고 부러움의 대상이 된 것은 분명하다. 허나 그 속에는 아직도 후진국에서 볼 수 있는 부끄러움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서로 양보하고, 조금만 배려하고, 조금만 나의 욕심을 내려놓으면 살기 좋은 대한민국,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될텐데… 경제적으로는 풍요로운데 우리의 마음은 점점 더 빈곤해지니 이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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