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사회면을 뜨겁게 달구었던 뉴스 중에 하나가 치약이었다. 애경의 메디안 치약이 된 서리를 맞았다. 그동안 논란이 돼왔던 옥시의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잔뜩 긴장했던 차에 치약까지 유해성분이 검출되어 국민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유전자변형식품(GMO), 환경호르몬, 미세먼지, 기후변화 등 환경과 생태 오염에 대한 뉴스가 나올 때 마다 궁금증이 드는 것은 왜 이러한 유해물질들이 끊임없이 생겨나는 것이고, 정부의 정책은 누구의 편에 있는 것이며, 우리 인간은 과연 언제까지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것이다. 이러다가 몇 세대도 못 가서 인류가 멸종되는 것은 아닐까 라는 걱정이 든다. 요즘은 이런 외부적 요인이 아니라 자연의 섭리에 순응한 죽음을 맞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약 46억년 전에 지구가 탄생한 이래 지구상에는 수많은 생명체가 태어났다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다시 다른 종의 생명체가 메꾸어 왔다. 탄생과 멸종의 반복이었다. 지금까지 인류가 밝혀낸 대멸종(살아남은 생명체 보다 사라진 생명체가 더 많은 멸종)은 다섯차례라고 알려져 있다. 첫 번째 대멸종은 4억4천만년 전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말에 있었으며, 전체 생물 종의 85%가 사라졌다고 한다. 그런데 전문가와 과학자들은 여섯 번째 대멸종이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것도 세 번째 대멸종 보다 훨씬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대멸종은 하루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100만년에 걸쳐서 서서히 눈치 채지 못 할 정도로 천천히 일어난다고 한다. 그러나 여섯번째는 다르다. 이미 우리 주변에서 동식물들이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 여섯번째 대멸종은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1800년대 또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00년대 중반 이후라고 한다. 향후 500년 안에 생물 종의 50%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세번째 대멸종보다 100배나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것이다. 도대체 여섯 번째 대 멸종은 왜 이렇게 빠르게 진행되는 것일까? 과학자들은 그 원인을 인류의 존재에서 찾는다. 산업혁명 이후의 기온이 급격하게 상승했고, 지나치게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의 기나 긴 역사 중 겨우 0.004% 남짓 한시간 동안 살아온 인류(호모 사피엔스 이후)가 여섯번째의 대멸종의 주범인 것이다.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다른 생물 종들에게는 무척 억울한 노릇일 것이다.

이 대멸종은 몇천년 또는 몇만년에 걸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필자는 기후변화에 의한 멸종 보다는 치약과 가습기살균제와 GMO 식품 등 자연적이지 않은 생활습관이 더 큰 위협요인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우리는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한 700만년 전부터 적응해온 생활습관을 버리고 온 몸을 자연환경으로부터 차단시켜 하루 종일 흙을 밟지도 않으며, 온갖 전기제품에 둘러싸여 생활하고, 1년에 겨우 며칠만 휴가를 얻어 산과 바다에 접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이러한 생활습관은 겨우 100여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인류의 멸종을 가져오는 가장 위협적인 요인이다. 인류는 외부가 아니라 인간 스스로 만들어낸 멸종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구에서 인류가 멸종되면 또 다른 종이 그 빈자리를 메꾸어 갈 것이고 번성할 것이다. 그리고 인류는 공룡이 그랬던 것처럼 영원히 지구상에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