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속담은 가난한 집 자손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사법시험 등 고위직 시험에 합격했을 때 하는 말이다. 격동기의 현대사 속에서 우리사회 구성원들이 품을 수 있는, 희망을 상징하는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사회에서 개천에서 용이 날 확률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한 몫 하고 있는 것이 로스쿨 도입으로 인한 사법시험 폐지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을 희망으로 품고 있는 국민들로서는 낙담이 아닐 수 없다.

 2009년 로스쿨이 도입된 이후 각계각층에서 반발이 심했다. 급기야 수년간 고시를 준비하던 ‘사법시험 폐지 반대 전국 대학생 연합’ 회원들은 헌법재판소에 사법시험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부칙 제1조와 2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29일 헌재는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지난 1963년부터 54년간 존치해온 사법시험은 예정대로 오는 2017년 12월 31일 폐지되면서 사시 존폐를 둘러싼 법적 논쟁도 일단락될 전망이다.

 문제는 수험생들과 사시폐지를 반대했던 국민들이 이대로 인정하고 말 것인지 다. 정치적인 변수가 관건이 될 수 있다. 일본과 미국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로스쿨을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가 실시하고 있는 로스쿨의 여러 부정적인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법고시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 로스쿨이 자칫 개천에서 용이 날수 있는, 모든 사람에게 부여된 기회를 박탈하는 제도로 전락하고 만다면 본말이 전도되는 격이다. 비싼 등록금과 학교 간 서열화로 인해 부익부 빈익빈을 양산하는 로스쿨이 된다면 로스쿨 도입 의미가 사라지는 일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해당 조항의 목적은 법학 교육을 정상화하고 전문성과 국제 경쟁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해 더욱 높은 수준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국가인력을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배치한다는 사법개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고 이 목적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목표만을 놓고 본다면 나무랄 데 없는 제도다.

 그러나 로스쿨 제도를 통해 양성되는 법조인이 사시를 통해 선발된 법조인보다 경쟁력 있고 우수하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없다. 특히 출신 계층이나 가치관의 다양성 등과 관련해서는 로스쿨 제도가 사시 제도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은 이미 검증되고 있는 사항이다. 헌재에서 반대의견을 피력한 재판관들 역시 이 부분의 문제를 지적한바 있다. 법조인이 되는 과정에서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두 제도를 양립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어찌됐든 로스쿨 시행으로 낳은 사회부작용 측면을 고려해 무엇이 우리사회가 양지로 가는 길인지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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