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춘추시대, 석작은 위(衛)나라 장공(莊公)을 섬기는 충신이었다. 뒤이어 환공(桓公)이 즉위하자 벼슬에서 은퇴하였다. 그런데 환공의 배다른 동생인 주우(州?)라는 자가 반란을 꿈꾸며 왕위를 노리고 있었다. 게다가 석작의 아들 석후(石厚)가 주우와 둘도 없는 친구사이였다. 아버지 석작은 석후에게 신신당부했다.

“주우와 교제하지 마라. 그는 행실이 불량한 자이니 멀리해야 한다.”

하지만 석후는 아버지의 충고를 무시하고 여전히 주우와 가까이 지냈다. 석작의 우려대로 주우는 마침내 역모를 꾸며 환공을 시해하고 스스로 왕위에 올랐다. 주우는 우선 민심의 이반을 막기 위해 이웃나라 정나라와 전쟁을 벌여 여론을 바깥으로 돌리려했다. 하지만 백성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왕을 죽인자라 하여 모두가 분노하고 있었다. 주우는 자신의 최고 참모인 석후에게 여론을 어떻게 돌려야할지 물었다. 이에 석후가 고민하던 중에 아버지 석작을 찾아갔다.

“아버님, 백성들이 새로운 왕을 인정하지 않으니 어떻게 해야 왕의 위엄을 세울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석작이 하늘이 준 절호의 기회라 판단하여 대답했다.

“천자의 승인을 받으면 백성들은 자연스럽게 따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나라 천자가 가장 믿는 진나라 왕에게 찾아가 부탁을 하면 될 것이다.” 석후가 곧바로 이 방법을 전하자 주우는 크게 기뻐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즉시 금은보화를 실은 수레를 몰고 진나라로 향했다.

이 소식을 들은 석작은 무척 긴장하고 있었다. 그 전에 몰래 심복을 진나라에 보내 밀서를 전달했던 것이다. 진나라 왕이 밀서를 펼쳐보고는 이내 크게 놀랐다.

“주우와 석후 이 두 사람은 위나라 왕을 시해한 역적입니다. 하오니 이들이 도착하면 즉시 체포하여 위나라에 넘겨주십시오.”

진나라 왕이 대신들에게 의견을 물어 그대로 따르기로 하였다. 그리고 며칠 후 주우와 석후가 찾아오자 곧바로 체포하여 위나라에 넘겼다. 그 사이에 위나라의 대신들이 모여 주우와 석후가 돌아오면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했다.

“주우는 그렇다 치고, 석후는 따르기만 했으니 사형은 면하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소?”

이에 석작이 온몸을 부르르 떨며 크게 고함을 쳤다.

“내 아들이라고 봐 주자는 거요? 사사로움에 얽매어 대의를 그르칠 수는 없소. 두 역적을 당장에 참수하시오!”

이에 모든 대신들이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결론을 내렸다. 주우와 석후는 귀국즉시 참수당하고 말았다. 이는 ‘춘추좌씨전(春秋佐氏傳)’에 있는 이야기이다.

대의멸친(大義滅親)이란 크고 의로운 일을 위해서는 혈육도 멸한다는 뜻이다. 나라의 녹봉을 받는 자들은 국가나 사회를 위해 언제나 사사로움을 멀리해야 한다. 사리사욕이 커지게 되면 결국 자신은 물론 집안 모두가 망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니 금품을 멀리하고 검소하게 생활하는 것이 건강하고 유익하게 세상을 사는 이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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