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해피마인드 아동가족 상담센터 소장

나는 언어치료사란 직업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언어치료사라는 직업이 생소할 때였다. 혀끝으로 모서리를 핥고 다니는 아이, 까치발을 들고서 외줄을 타듯 춤을 추듯 걷는 아이, 이상한 소리를 규칙적으로 내는 아이들을 보며, ‘대체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라는 물음이 절로 나왔다. 아이 하나하나가 미지의 행성에서 온 외계인처럼 낯설었다. 나에게로 오는 아이들의 머릿속이 궁금했다.

발달장애 아이들의 초점 없는 눈, 주고받기가 안 되는 점, 자기를 보호할 수 없는 점, 같은 실수를 반복적으로 하며 실수를 통해 배우지 못한 점, 다른 곳을 보며 앞뒤 맥락 없이 웃거나 소리 내는 모습들을 보면서 원인을 알면 치료가 더 정확하지 않을까싶었다. 우습게도 정상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아이들의 뇌구조를 알아야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도 한참 다른, 비교할 수도 없고 기준을 정할 수도 없게 하는 아이들은 그자체로 하나의 우주였다. 살아있다는 것 자체로 존재 그자체로 사랑할 수 있느냐를 나에게 묻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존재적 물음이 힘들었지만 경이로웠다. 발달장애 아동들을 치료교육하면서 느낀 것은 정작 아이들은 행복하다는 것이었다. 읽고 쓸 줄도 모르고 말도 못하고 오늘이 며칠인지 모르지만, 불행한 것은 아이들을 정상적으로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 ‘나’와 다른 ‘너’를 인정하지 않는 것. ‘비정상인으로 몰아가는 사회적 환경이 더 불행하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우리의 뇌를 길로 비유하고 싶다. 직진만을 할 수 있는 고속도로만으로 뇌의 회로를 구축한다면 우리의 삶은 다양성을 잃어버리기 쉽다. 숲이 있고 거리에 나무가 있고 걸을 수도 있고 차가 다닐 수도 있는 길, 경운기도 유모차도 다닐 수 있는 길들이 우리의 머릿속에 있을 때 우리의 생활은 더 풍성해질 것이다.

사실 삶이 고단해지는 것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막혀있을 때이다. 선택에 제한이 걸려있을 때 퍽퍽한 일상을 경험한다. 빨리 달리기 위해서 큰 길만을 고집하고 울퉁불퉁하고 좁은 길을 폐쇄해버리는 것은 그 길을 다니기를 즐겨하거나 그 길을  다닐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는 폭력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굳어진 뇌의 회로를 다시 복구하는 일은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함으로서 시작된다.

처음 시도하는 일이라 어색하고 불편하고 쭈빗거릴 수 있지만 여러번 해 보면 그것은 자신의 머릿속에 하나의 회로를 만들어낸다. 다양성의 수용이야말로 행복한 삶을 살기위한 조건이다. 내 마음의 이야기를 해도 듣지도 묻지도 않고 규정부터 해버리는 일은 신호등 없이 직진만을 해온 사람들의 특징이기도하다. 나와 다름을 신기해하고, 타인의 아픔에 같이 울 수 있으며, 자신의 연약함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는 당신의 뇌 속에 산책하기 좋은 오솔길을 만드는 일이다. 오늘 당신은 어디로 산책을 나서는가? 상상만으로도 숲의 향기가 느껴진다. 바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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