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시인 충북예술고 교사

우리 문학사를 알아보려고 할 때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중국문학입니다. 그렇지만 중국문학을 생각하면 숨이 턱 막힙니다. 워낙 방대한 양의 글들이 산더미처럼 쌓였기 때문에 그것을 정리하는 일도 한 세월인 까닭입니다. 그래서 문학사 책을 찾아봅니다. 그런데 문학사 책은 어렵습니다. 실제 작품보다는 그 작품이 지닌 의미를 분석하고 정리하기 때문입니다. 작품은 없고, 작품론이나 사상론이 책의 대부분을 채우게 마련이죠. 특히 작품은 그것을 쓴 사람들의 삶과 생활을 어느 정도 감안해야 정확한 의미가 드러나고 재미도 있는 법인데, 문학사로 소개된 글들에서는 그런 것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문학이 어려워지고 문학사가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또 문학은 시대에 따라 다양한 흐름을 보입니다. 어떤 때는 시가 그 시대의 주요 갈래로 떠올랐다가 어떤 시대에는 또 소설이나 희곡이 주류로 떠올라 문학 전체의 흐름을 주도합니다. 물론 이런 흐름의 뒤에는 그 시대의 사회 배경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생활하는 방식과 그것을 결정지은 먹고사는 방식이나 생산력 같은 것이 있지요. 거기까지 파고들자면 단순히 시 한 편 작품 하나에서 그 작품을 낳은 시대의 사상과 생산수단까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그것을 파악하는 데는 정말 오랜 세월과 연구가 뒤따라야 합니다. 그런 결과들이 많이 쌓여서 작품에 대한 비밀이 거의 다 밝혀져야만 온전한 문학사가 써집니다. 그래서 문학사 책을 읽으면 한두 줄로 요약된 내용 속에 그 시대의 전체 무게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읽는 사람의 눈에는 평범한 한 줄 설명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문학사가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문학사를 정리하는 사람들이 고민도 어떻게 독자의 흥미를 이끌어서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제대로 설명할까 하는 것입니다. 각 분야마다 역사를 다루는 책들은 교과서로 자리 잡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은 재미있어서 그런 자리에 오른 경우도 있지만, 배우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내용만 잘 정리해서 그렇게 된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가 대학 강단에서 배우는 책들은 재미보다는 내용에 치중하여 선택한 교재들입니다. 그래서 재미를 못 느낍니다. 그런 책들이 전해주는 정보는 곧 시험에 나온다는 것을 알거든요. 시험 보려고 배우는 내용이 즐거움을 줄 리가 없죠. 그래서 시험과는 상관없는, 그러면서 저절로 재미를 느끼는 책들을 찾아보게 됩니다. 중국문학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이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중국의 고대문학에서부터 현대문학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는데 제목에 이야기가 들어있는 것에서 보듯이 이야기 형식으로 꾸며나가서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읽다보면 저절로 중국 문학 전체를 훑게 됩니다. 이렇게 훑어나가다 보면 우리 문학에 영향을 끼친 작품들과 그 작품에 얽힌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그래서 우리 문학을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전문가들이 하는 얘기이지만, 중국 문학사를 거칠게 표현하면 이렇게 정리됩니다. 당시 송사, 원극, 청소설. 시는 당나라, 사(詞)는 송나라, 연극은 원나라, 소설은 청나라 때 가장 융성했고, 형식으로도 완비됐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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