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포화 상태…출혈 경쟁으로 만성적자 부지기수
“1억원 넘는 폐업 자금 없으면 무작정 휴업해야”

주유소 업계의 불황이 갈수록 심각한 상황이다.

시장 포화 상태로 인한 출혈 경쟁으로 휴·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난 19일 밤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부부가 자녀 2명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부부는 수십억원의 채무에 시달리는 처지를 비관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10여년전부터 2개의 주유소를 운영해 왔다.

인수 초기 수입은 높았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벌이가 줄었고 몇 년 전부터는 경영난을 겪었다.

경영난 타개를 위해 손댄 다른 사업도 모두 실패했다.

지난 5월 지인의 말만 믿고 금융권과 친척 등에게 손을 벌려 빚까지 내가며 투자한 수십억원을 모두 날린 게 이들 가족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결정적인 화근이 됐다는 후문이다.

2000년대 이전만 해도 주유소 2개를 운영한다고 하면 세간에서 중소기업 수준에 육박하는 수입을 얻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5∼6년 사이 주유소업계의 경영난이 심화하면서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는 주유소가 부지기수다.

21일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전국의 주유소 수는 1만2천58곳에 이른다.

2011년 한국석유공사와 농협 등이 국내 4대 정유사로부터 공동입찰을 통해 저렴하게 유류를 사들여 소비자에게 저가에 공급한다는 취지로 ‘알뜰주유소’를 설립하기 시작하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주유소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문을 닫은 전국의 주유소는 2013년 310곳, 2014년 244곳, 지난해 309곳, 올해 6월 말 현재 116곳 등 최근 4년 새 979곳에 달한다.

그나마 폐업을 선택한 업주는 최악의 상태는 아니라는 게 주유소협회 측 설명이다.

폐업하려면 시설 철거와 주유 탱크 정화비용 등으로 1억원이 넘는 돈이 든다.

이런 폐업자금마저 없다면 방법은 휴업뿐이다.

대부분 기름을 사들일 자금조차 없는 경우 휴업 신고를 하게 되는데 한시적이나마 위기를 벗어나려는 업주의 마지막 선택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 6월 말 현재 전국에서 575개 주유소가 지방자치단체에 휴업 신고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신고 없이 개점 휴업상태에 들어간 곳까지 포함하면 약 1천곳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 주유소 업주는 “주유소를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 있다면 손해가 가장 적겠지만, 장사가 안되는 곳을 인수하려는 사람이 있겠냐”며 “용도변경을 해 다른 사업을 하거나 팔려 해도 폐업 절차를 밟아야 하니 자금이 없으면 무작정 쉬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국주유소협회 충북지회 관계자는 “요즘 기름 값이 보합세라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또다시 기름 값이 요동치면 문을 닫는 주유소가 줄을 이을 것”고 말했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 최소한의 하한가를 정해 업체 간 도를 넘는 출혈 경쟁을 막는 등의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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