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일 많이 하기로 알려진 한국인들이 추석 연휴와 공휴일이 겹쳐서 5일의 휴일을 지냈다. 직장인에게 있어서 이런 휴일은 황금만큼 귀중한 시간이다. 휴일이란 일을 하지 않고 쉬거나 노는 날을 의미한다. 그러나 제대로 쉬거나 노는 휴일을 가진 한국인은 많지 않다.

통계청의 생활시간 조사(2014년 기준)에 의하면 한국인은 수면, 식사와 같이 생존에 필요한 필수활동에 사용하는 시간이 11시간 14분, 일, 학습 등의 의무시간은 7시간 57분, 이외에 여가시간은 4시간 49분을 사용한다고 한다. 이 가운데 여가시간을 보면 15년 전인 1999년(4시간 50분)과 비교하여 큰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여가시간 가운데 TV시청은 평균 1시간 51분, 독서에 8분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책 읽기가 부족하고 TV 시청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일을 많이 하면서도 약 70% 사람이 항상 바쁘거나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고, 대부분 근로자가 업무 후 피곤함을 느낀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 너무 많이 일하고, 많이 일해서 피곤하고, 피곤하니 휴일에는 피로를 풀려고 몸을 편안히 하여 자거나 TV로 시간을 보낸다. 아직도 한국인에 있어서 휴일은 쉬는 시간이고 노는 시간은 아니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놀 거리를 찾는다고 한다. 호이징가는 인간을 놀이로 동물과 차별해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고 했다. 이 놀이는 생업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시간에 자발적으로 즐기는 의미 있는 행위이다. 이에서 의미 있다는 것은 놀이에서 많은 아이디어와 창의성이 발현되기 때문이다. 아직 제대로 된 놀 거리를 가지고 있지 않은 우리에게 주 5일 근무는 생산성과 밀접하게 연계되고 있지 못하다. 노는 것이 생산성과 연계되지 못하고 있으니 휴가에 대해 우리의 직장 상사들은 호의적이지 않다는 비율이 거의 6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서구 선진국에서 직원의 휴가 사용에 대해 상사가 호의적이라는 비율이 55.8%인 것과 비교된다.

인간의 생활시간 가운데 여가생활 시간은 개인이 자유롭게 사용하는 시간으로 인간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시간으로 논의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이 여가시간이 바람직한 수준으로 늘어나지 않고, 주어진 시간도 의미 있게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여가시간은 의무시간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이다. 조직에서는 생산성을 증대시키고, 개인에게는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창출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에 소크라테스는 여가는 가장 좋은 재산이라고 하고 있다. 이 재산이 부족한 우리가 부유하게 되기 위해서는 여가를 보내는 방법, 노는 방법을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 단순히 피로를 풀기 위해서 쉬는 시간이 아닌 사회적 재산이 되고 개인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노는 방법을 학습하는 사회가 필요하다. 특히 TV 시청과 PC와 같이 혼자 하는 것이 아닌 자원봉사, 동호회, 지역사회운동과 같이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야 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쉬기만 하고 놀지 못하는 휴일이 아닌 쉬면서 노는 휴일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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