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시인 충북예술고 교사

인도의 근대사는 영국의 지배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인도는 1947년 독립함으로써 오랜 투쟁을 마감합니다. 이때 초대 총리가 네루였습니다. 당연히 인도의 독립 운동가였죠. 독립운동가인 까닭에 삶이 순탄치 않았습니다. 감옥을 안방 들락거리듯 할 것임을 추측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가정이 문제죠. 아버지가 없는 가정을 상상해보면 가장 큰 문제는 자식 교육일 겁니다. 그래서 네루는 자식에게 영혼을 넣어주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을 생각해냅니다. 옥중서신입니다. 인간의 영혼은 역사를 읽으면서 형성됩니다. 그래서 네루는 자신의 딸에게 편지로 세계의 역사를 하나씩 설명해줍니다.

역사를 보는 방법이며 세계사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가지 사건들의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하는 것을 중학생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아주 쉽게 설명한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네루는 독립 운동가였지만, 역사를 보는 눈도 정확하고 가치관도 뚜렷해서 어느 역사학자 못지않은 훌륭한 책을 썼습니다.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사관을 갖는다는 것은 역사학자도 쉽지 않은 일인데, 이 책에서 보여준 인류 평화를 지향하는 그의 역사관은 세계 모든 사람의 감동을 불러 일으켜 이 책은 세계 각지로 번역됐습니다.

특이한 것은 이 책에서 우리나라의 3.1운동도 비중 있게 다루었다는 것입니다. 약소국이 강대국에 비폭력 무저항으로 대항한 사례를 들며 인도의 미래를 이야기합니다. 국사에서만 배우던 3.1운동을 남의 나라 역사책에서 본다는 것은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사건이 전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건으로 승화되었구나 하는 감탄도 저절로 하게 됩니다.

이후 이 편지를 읽으며 자란 딸은 나중에 인도의 수상이 됩니다. 저격을 당하여 죽는데, 그의 자식들이 다시 수상이 됩니다. 네루 가문은 인도의 정치에 큰 영향을 끼치는 가문으로 성장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정치인이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한 가문을 그렇게 사랑하는 데는 그 가문에 서린 이와 같은 정신을 빼놓고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사람이 올바른 정신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는 경우입니다.

‘편역’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네루가 쓴 글의 모든 내용을 번역한 것이 아니라 중요한 부분만을 뽑아 추려서 번역한 것입니다. 편지이다 보니 내용상 그다지 중요하지 않는 것들도 있겠지요. 그래서 그런 부분을 빼고, 또 우리나라 사람들이 관심 있게 보는 부분을 중심으로 추려서 낸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이 나온 후에 몇 군데 출판사에서 네루의 책 전부를 번역하여 내기도 했습니다. 그런 책을 참고해도 좋겠지요. 하지만 제 책꽂이에는 이 책 밖에 없습니다. 아주 옛날에 나온 책입니다. 그러니 필요하신 분들은 요즘 나온 좋은 책을 구해서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후 이런 구수한 편지글 형태의 역사 서술은 출판계의 한 흐름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사의 중요한 사건을 몇 가지 추려서 세계사의 흐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 책이 나왔습니다. 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가 그것입니다. 한 번쯤 읽어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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