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초여름 ‘물의 정원’으로 알려진 일본의 시가현 하리에 마을에 다녀왔다. 2004년 NHK에서 다큐멘터리로 하리에 마을이 소개된 이후로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충격이라고 할 정도로 영향을 주었던 마을이다. 하리에 마을은 일본에서 가장 크고, 세계에서도 3번째로 큰 자연호수인 비와호(琵琶湖)의 서쪽에 위치한 100가구 정도의 작은 마을이다. 비와호는 호수 주변뿐만 아니라 교토, 오사카 등 대도시의 식수원으로 약 1천400만명 이상이 마시는 400만 년이나 된 천연호수이다.

근대에 들어서 지금의 우리나라처럼 인구증가로 인한 생활하수, 공업폐수 등의 영향으로 적조와 녹조가 심각해지자 비와호 주변의 주민들이 오염의 심각성을 깨닫고 ‘30년 전의 비와호’로 되돌리자는 운동을 펼쳤다고 한다. 주민과 정부의 노력으로 지금은 예전의 모습에 상당히 가까워질 정도로 깨끗해 졌다고 한다. 이러한 주민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주목받게 된 곳이 하리에 마을이다.

직접 찾아 간 하리에 마을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두 가지였는데, 첫째는 물이다. ‘물의 정원’답게 마을이 온통 크고 작은 물길(수로)로 둘러싸여 있다. 각 가정의 마당이나 부엌에는 그 수로가 연결되어 있고, 그 부엌에서는 바로 마실 수 있는 깨끗한 지하수가 솟아나고 있다. 그리고 그 수로와 부엌의 물에는 커다란 잉어와 은어 그리고 비와호에서 올라온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모습 그대로였다. 물고기들은 세제를 사용하지 않은 설거지 찌꺼기를 먹어 치운다고 한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이 마을에 내려오는 이런 방식을 가바타(川端)라고 한다.

해설사인 마을 노인의 권유로 그 물을 대나무 컵으로 마셨는데 더운 날씨에도 차가움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온도가 낮았고(연중 13도 정도라고 한다) 냄새나 이상한 맛이 전혀 없었다. 맛이 나지 않는 물맛, 그것이 하리에 마을의 물이었다.

두 번째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을 주민들이다. 이 정도로 일본 내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을 치고는 마을이 너무 조용하고 검소하고 흔한 말로 물 이외는 보잘 것이 없었다. 대형 버스가 주차할 만한 넓은 주차장과 관광객에게 팔 특산품이나 관광 상품을 판매하는 판매소, 그리고 으리으리한 기념관은 그 곳에 없었다.

단지 하리에 마을에서만 판매한다는 붕어를 발효시킨 ‘붕어초밥’과 은어 멸치로 만든 안주거리를 마을 한쪽의 조그마한 구멍가게에서 팔고 있었다. 도대체 이 마을 주민들은 경제관념이 없는 것인가? 아니면 욕심이 없는 것일까? 하리에 마을 마지막은 비와호 곁에서 마무리 했다. 해설사로 자처하신 노인은 멀리 한국에서 찾아온 우리들에게 ‘우리 마을이 깨끗해야 내 자녀들과 그 자녀의 자녀들이 마실 비와호가 깨끗해지지 않겠는가’라는 말을 남겼다. 가슴이 먹먹했다. 물 환경을 연구하는 필자보다 하리에 마을 사람들이 학문적인 지식은 부족할 수 있겠으나 자연과 미래 세대를 사랑하는 마음과 실천은 훨씬 뛰어났다. 이 사람들은 머리의 지식으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안다’라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고 몸으로 실천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 같다. 입과 글이 아니라 실천했을 때 진짜 ‘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너무 모르고 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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