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연 전 청주예총 부회장

필자는 침착하지 못하고 덜렁이는 습관 때문에 어릴 때부터 꾸중을 들으며 자랐다. “타고난 천성이 우둔하고 덜렁이는 것도 천성이려니!”라고 스스로가 자책하면서 고치려고 노력도 해 왔다. 이역만리 타국에 살면서부터 더욱더 조심했다.

지난 6월말 여름방학이 다가오자 들뜬 마음에 밤늦게까지 귀국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특히 서랍에 둔 중요한 물건은 더욱 신중히 다뤄야만 했다. 여권과 핸드폰 등은 국내로 챙겨오고, 자전거, 은행, 의료카드 등은 수첩에 잘 챙겨 서랍 넣어 두었다.

그런데 쓰다 남은 두툼한 현금(중국 돈) 봉투가 마음에 걸리었다. 액수를 세어보니 이곳 사람들로서는 꽤 많은 돈이었다. 국내로 지갑에 넣어 가지고 오기는 봉투의 부피가 너무 커서 여기에 그냥 두기로 작정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불청객이라도 집에 들어오면 어쩌나!’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돈 봉투를 따로 내어서 책장의 책속에 꽂아 넣어 두고 귀국했다.

참으로 묘한 것이 마음인 것 같다. 사람에겐 미래를 예측하는 어떤 예감이나 직감(直感) 같은 게 있는가 보다. 지난달 31일 비행기를 타고 중국으로 오는데 기내에서 갑자기 그 현금 봉투 생각이 났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갑자기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카드수첩과 현금봉투부터 찾아보았다. 서랍 속에 있는 카드수첩 속에는 은행카드와 자전거카드가 온전히 있었지만, 책속에 꽂아둔 현금봉투는 눈에 뜨이질 않는다. 책이래야 겨우 열댓 권 남짓한데 그 속에 두었다는 봉투는 오리무중이었다.

귀찮다고 은행에 입금하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됐다. 방안에 이불과 옷장을 뒤지고, 신장과 부엌 찬장까지도 들쑤시었어도 허사였다. 그 봉투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불현듯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본래 한 물건도 없다)’이란 말이 생각이 났다. 그까짓 돈 몇 푼 때문에 괜히 마음에 상처만 받는 게 아닌가? 상심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도 아니지 않은가? 본래 빈손으로 와서 쥐었다 폈다 하다가, 결국에는 빈손으로 가는 것. 잃어버린 돈 봉투도 뜬 구름 같은 것!  인연이 있어서 잠시 내 곁에 머물다가, 인연이 다하니 내 곁을 떠난 것 아닐까? 모든 것은 실체가 없다. ‘가유(假有:거짓)’로서 잠시 머물다 가는 것 아닌가!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어디 있는가. 모두가 한 때일 뿐! 그러니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라는 어느 선지식의 금언이 가슴에 와 닿는다.

오늘도 필자는 “뜬구름이 모였다가 흩어짐도 인연이니, 중생들의 생과사도 인연따라 나타나네, 좋은 인연 간직하고 나쁜인연 버리면은 이다음에 태어날때 좋은인연 만나리라, 인연따라 모인 것은 인연따라 흩어지니, 태어남도 인연이요 돌아감도 인연이라!”라고 아침운동하면서 읊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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