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설성문화제 및 고추축제가 폐막된 지 며칠이 지나도 기자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한 장면이 있다. 음성군민 한사람으로서의 부끄러움과 안타까움 때문인데 곱씹어 볼 대목이다.

지난 1일 저녁 음성읍 설성공원 야외음악당에서 축제의 주요 행사인 음성청결고추아줌마 및 미스터음성고추 선발대회가 열렸다. 군수 군의장 등 주요 인사들의 인사말도 이어지고 본격적인 선발대회에 앞서 초대가수 공연이 시작됐다.

명성이 그리 높진 않지만 실력파로 보이는 한 여자가수가 자신의 곡 등을 열창하고 흥이 오르자 무대 아래로 내려와 객석 바로 앞에서 트로트 메들리로 축제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객석은 무대 아래에 마련된 수십 줄의 의자인데, 맨 첫 줄과 둘째 줄 가운데 부분 좌석에는 군수, 군의장, 축제 핵심 관계자, 주요 기관 사회단체장 등이 자리를 차지했다.

이들이 박수를 치며 웃는 얼굴은 열창하는 가수의 모습과 번갈아 가며 무대에 설치된 대형 화면을 통해 뒤에서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객석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즈음 열 명 가까운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우르르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 서너 발짝 앞에서 노래와 율동으로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초청 가수의 열창 앞에서다.

이 단체 행동 장면은 고스란히 대형 화면에 비쳐졌다. 이들이 떠난 지 불과 2∼3분 뒤 이 초대 가수의 노래는 끝났다. 이 때 객석은 절반도 채워지지 않은 상태라 그들의 행동은 행사장 분위기를 압도했다. 하나같이 검은색 양복을 입은 이들은 마치 조직들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축제를 즐기려는 관람객들의 복장은 울긋불긋 자연스러웠기에 더욱 대비돼 보였다.

이 가수는 속으로 얼마나 불쾌했을까. 이를 지켜보던 기자는 군민의 한사람으로서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동시에 밀려왔다. 이 가수는 만나는 지인들에게 음성군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할까.

축제의 또 다른 행사에 얼굴을 보이기 위해 한 행동이란 걸 안다. 그러나 그 가수가 유명가수였다면 그런 행위를 했을까. 음성군 대표들이 연출한 이 상징적 장면으로 몇 가지가 쉽게 유추된다.

소외 계층에 대한 배려 의식 저하, 보여주기식 권위 의식 팽배, 홍보 의식 미비 등이다.

이 유추가 잘못 된 것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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