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경 청주시 남일면사무소 주무관

기록적인 폭염의 시작을 알리는 7월의 여름 어느 날, 사무실에 도움을 요청하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집안에 쓰레기를 잔뜩 쌓아놓아 악취가 나는 어르신이 있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현장을 방문한 주민복지팀은 TV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4년 동안 모아놓은 쓰레기는 집안을 가득 메우고도 모자라 계단까지 넘쳐나고 있었고, 잠을 잘만한 작은 공간조차도 없었다. 냉장고에는 유통기한이 몇 년씩이나 지나 먹지 못하는 음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어르신께서는 오랫동안 힘들게 모아놓은 물건들을 정리하는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해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너무나 막막했다. 창문까지 막아버린 쓰레기들로 환기조차 할 수 없고, 악취와 더위 때문에 하루 종일 선풍기를 틀어놓고 외출할 때도 선풍기를 끄지 않고 나오는 등 화재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었다.

이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어르신을 설득하는 과정이 우선돼야 했고 이를 위해 노인 분야에 전문성을 지닌 기관의 도움이 필요했다. 충북도노인보호전문기관에 도움을 요청해 여러 번의 상담을 시도했지만 완강하게 거부하는 어르신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타지에 살고 있는 자녀들에게 긴급히 연락해 설득을 시도했고 자녀들 또한 오랜 기간 이 문제로 아버지와 크게 갈등을 겪었으며 설득이 쉽지 않았으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결과 어렵게 동의를 얻을 수 있었다.

자녀의 동의를 받고 환경정비를 위한 움직임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러나 면사무소 단독으로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관내 기관·단체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고 바쁜 일정 속에서도 선뜻 도와주겠다며 여러 단체에서 손을 잡아줬다. 청소를 끝마친 자원봉사자들과 주민들은 힘든 기색 없이 모두들 자신의 집을 정리한 것 마냥 뿌듯해 했고, 서로 고생했다며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7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의 힘과 주민들의 도움의 손길이 없었다면 이런 일을 해결할 수 있었을까 하는 감동이 지금까지도 마음 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방송에서는 고독사가 연일 이슈가 되고, 개인사회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게 보도되고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민관이 하나가 됐던 이번 일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살아갈 만한 따뜻한 사회임을 확인시켜줘 가슴 뿌듯했으며, 무더위를 잊게 한 여름날의 아름다운 기억으로 나의 공무원 생활에 지침서가 될 것이며 더욱 열심히 일해야 함을 느끼게 해준 계기가 됐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