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사랑받는 시로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의 ‘가지 않는 길’은 작가의 의도와는 달리 그 해석이 매우 다양한 것을 특징으로 한다. 시의 마지막 연을 보면 다음과 같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가는 길을 택하였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충주 탄금대 무술공원에서 목행 쪽으로 난 탄금대 자전거 순환도로 중간에 탄금호 둔치로 중원문화길이 나 있다. 목행교를 건너서 동량 선사유적지로 이어지는 길이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자전거 순환도로가 아닌 사람이 적게 가는 중원문화길을 택하면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처럼 모든 것이 달라진다.

중원문화길은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후속조치로 시민들의 휴식이 가능한 힐링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추진한 생태공원 사업이다. 중원 문화길(13)에서 목행대교까지 둔치는 탄금호와 함께 갈대, 버드나무, 야생화와 조류 등이 어우러진 곳이다. 이곳에 목재 데크 길을 내고, 자갈길과 황톳길을 만들고, 중간중간 잔디밭을 조성하고, 돌을 놓고 벤치를 만들어 놓았다.

그 길이 이제 ‘가지 않는 길’이 되어 가고 있다. 사람이 걸은 자취가 줄고, 자갈길은 잡초로 덮이고, 목재 데크 길엔 거미줄이 막고 있다. 현 상태로 가면 아마도 2~3년 내로 가지 않는 길이 아니라 없어진 길이 될 것이다.

길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사람들이 다니면서 길이 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길을 만들어서 다니게 된 길이 있다. 둘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지만, 후자의 대표적인 것이 고속도로이고 중원문화길과 같은 둘레길이다. 이 둘레길은 이야기가 있는 도보길로 새로운 관광자원이 되고 새로운 시민의 휴식 공간이 되고 있다. 전국 모든 자치단체가 둘레길을 조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름만 있는 길을 사람들이 다니면서 길을 내지는 않을 것이다.

4대강 사업과 생태공원에 대해 많은 환경단체가 환경파괴라는 이유로 반대와 비판이 끝나지 않고 있다. 이 논쟁 속에서 충주댐에서 팔당대교로 이어지는 남한강 자전거길을 보고는 사업의 긍정적 효과도 있구나 하는 생각도 하였다. 그러나 ‘가지 않는 길: 중원문화길’을 보고 모든 것이 달라졌다.

전국 둔치에 조성한 생태공원 시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서, 홍수와 태풍으로 시설이 사라지고, 환경이 파괴되어 자치단체가 비난을 받고 공무원이 질책을 받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생태공원에 대한 무관심과 관리 소홀이 생태계를 복원하는 동인이 되고 있다.

중원문화길이 중앙정부 자금을 많이 가져왔다고 선전한 정치인들의 자랑거리로 그 기능을 다 한 것이라고 한다면 중원문화길의 표지판만 철거하여 주었으면 한다. 그러면 탄금호 둔치의 생태는 가지 않은 길이 되어 다시 살아 숨 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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