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진(晉)나라 경공 3년, 조삭(趙朔)은 재상으로 정치를 도맡아 권력의 중심에 있었다. 그 무렵 야심 있는 도안고(屠岸賈)가 검찰총장 격인 사구(司寇)에 올랐다. 취임 즉시 이전에 조삭의 부친인 조돈(趙盾)의 역적 행위를 들먹였다.

“조씨는 군주를 시해하려 했던 자들이다. 지금 그 아들이 조정에 있으니 이를 어찌 다스리는 것이 좋겠는가?”

이에 장수들이 역적의 자손은 죽여야 마땅하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장수 한궐(韓厥)이 나서며 도안고에게 말했다.

“이전에 조돈은 반란이 일어났을 때 외부에 있었고 선왕께서도 죄가 없다 했습니다. 그런데 사구께서는 반역이라 하시고 게다가 그 아들인 재상 조삭을 벌하고자 하십니다. 군주의 허락 없이 함부로 신하를 죽이는 것이야 말로 반란입니다. 통촉하시옵소서!”

그러나 도안고는 듣지 않았다. 한궐이 이 일을 조삭에게 알리며 급히 도망치라고 일렀다. 하지만 조삭은 응하지 않았다.

“당신이 우리 조씨 제사를 끊어지지 않게 해준다면 나는 죽어도 여한이 없소.”

곧이어 도안고가 군사를 동원하여 조삭을 비롯한 그 일족 모두를 체포하여 참형에 처했다. 그런데 임신 중인 조삭의 아내만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본래 공주 출신이라 궁으로 도망하여 목숨을 건졌던 것이다. 이전에 조삭의 문객인 공손저구가 조삭의 친구인 정영을 우연히 거리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대는 조삭과 함께 죽고 살고자 맹세했다면서 어째서 아직 죽지 않은 것이오?”

“조삭의 부인께서 임신한 지라 사내아이를 낳으면 내가 기르고, 딸이면 그때 죽어도 늦지 않을 것이오.”

얼마 뒤 조삭의 아내가 사내아이를 낳았다. 도안고가 이 소문을 듣고 궁을 수색했다. 이에 조삭의 아내는 아이를 바지 속에 감추고 궁을 빠져나가려 했다.

“조씨 집안이 망하려면 아이가 울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울지 않을 것이다.”

아이는 어미의 맘을 어찌 알았는지 신기하게도 울지 않았다. 병사들은 감히 공주의 몸에 손을 댈 수 없었기 때문에 무사히 궁을 빠져나와 정영에게로 갔다.

하지만 곧바로 전국에 현상수배령을 내렸다. 상황이 긴박해지자 정영은 방법을 모색했다. 마침 정영의 부인이 아이를 출산한 상태였다. 정영은 마음을 모질게 먹었다. 공손저구에게 자신의 아들을 맡기고 조삭의 아들이라 하면서 도망가도록 했다. 이어 정영은 도안고를 찾아가 공손저구를 밀고했다. 공손저구는 얼마 못가서 병사들에게 체포되어 강보 속에 아이는 그 자리에서 살해됐고, 공손자구는 찢겨 죽었다.

15년 후, 조삭의 아들은 정영에게서 자신의 가족사를 들었다. 이전의 아버지 친구인 한궐의 도움으로 원수인 도안고를 살해하여 부친의 원수를 갚았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세가(史記世家)’에 있는 이야기이다. 이대도강이란 자두나무가 복숭아나무를 대신하여 벌레들에 갉아 먹혀 희생하는 것을 말한다. 병법에서 작은 것을 희생하여 결정적인 승리를 이끌어내는 전략을 뜻한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버리고 취할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세상살이에서 성공이란 나의 살을 내주고 적의 뼈를 취하는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