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 경영학과

얼마 전 코엑스에서 귀농귀촌박람회가 있어 풍수 상담을 하게 됐는데 어떤 곳에 집을 지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는 좋은 시간이 됐다. 풍수는 바람과 물의 작용이요 생기(生氣)가 모이는 곳을 찾는 학문이다. 생기는 한 치가 높은 곳으로 흐르며 한 치가 낮은 물을 만나면 한 치가 높은 곳으로 방향을 틀거나 멈추게 된다.

풍수에서는 생기가 모이는 곳의 조건으로 태정순강고저(胎正順强高低)로 압축하고 있다. 태(胎)라 함은 땅이 두툼하고 살이 쪄서 풍만하고 둥글고 평탄한 곳이며 정(正)이라함은 좌우가 바른 것이요, 순(順)이라 함은 주변의 형세와 자연스럽게 감싸며 어울림이요 강(强)이라 함은 토질이 단단함이다. 고(高)는 한 치가 높은 곳이요 저(低)라 함은 주변이 산이나 언덕 건물 등으로 둘러주고 있어 바람을 막아줌이다. 그런 곳이어야 생기가 머무르고 흩어지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양택(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에서 중요한 것은 한 치가 높은 곳을 찾는 것인데 한 치가 높은 곳으로 생기가 흐르며 용맥은 물을 만나면 멎기 때문이다. 꺼진 땅은 생기가 약하다.

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 회장은 평소에 임원들에게 집을 지을 때는 도로에서 한 발짝이라도 높은 곳에 집을 지으라고 하였다고 한다. 오랜 경험을 통하여 한 치가 높은 곳, 즉 도로보다 높은 곳이 낮은 곳보다 좋은 곳임을 터득한 것이다. 삼성 이병철 회장은 땅을 볼 때 높낮이가 없는 땅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한다. 땅은 높낮이가 있어야 생기가 흐르고 생기가 흐르는 곳에 주택이나 건물이 있어야 생기를 받기 때문이다.

코엑스 귀농귀촌 박람회장에 한 젊은 여성이 찾아왔다. 푹 꺼진 땅에 집을 새로 지었는데 습하고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했다. 새로 지은 집터에서 한 치가 높은 곳은 양지바르고 그곳에 가면 아주 편안하다고 했다. 그 여성의 아버지는 1층이 습하면 2층에 거주하라고 하지만 거기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꺼진 땅은 생기가 없으며 물의 침범이 염려되는 곳이다. 물이 침범할 수 없는 한 치가 높은 곳에 생기는 응집된다. 수맥이 있는 곳은 층고가 높아도 수맥의 영향을 받는다. 서울 회현동에 가면 남산 아래 동래정씨 400년 세거지가 있다. 주변에 한 치가 높은 곳과 한 치가 낮은 곳에 빌딩이 있는데 한 치가 높은 곳에 위치한 백화점은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백화점에 속하고 한 치가 낮은 계곡에 위치한 빌딩은 어느 업종이 들어가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을 현장사례로 확인할 수 있다. 100년 이상을 유지해온 고택, 1000년 사찰의 대웅전, 왕궁 등이 어떤 곳에 위치하는가를 살펴보아도 어느 곳에 집을 지어야 좋은지를 확인할 수가 있다.

산이 있는 산곡지대에서는 땅의 높낮이가 분명하여 어디로 생기가 흐르는지를 쉽게 관찰할 수 있지만 평야지역인 도시에서는 어느 곳이 높고 낮은지를 보기가 쉽지 않다. 한 치가 높은 곳을 용맥이라고 하는데 평지에서 한 치가 높은 용맥을 찾는 방법은 좌우로 물이 흐르면 그 가운데가 용맥이 있다고 보며, 양쪽으로 흐르던 물이 꺾어져 두 물길이 만나면 그곳이 용맥이 멈추어 생기가 모아진다고 본다. 바로 그곳이 용진처(龍盡處)가 되며 생기가 모이는 곳이다. 따라서 도시에 택지를 개발할 때는 한 치가 낮은 곳으로 도로를 내고 한 치가 높은 곳에 주택이나 건물을 지어야 좋다. 고일촌위산 저일촌위수(高一寸爲山 低一寸爲水), 즉 한 치가 높으면 산이요 한 치가 낮으면 물로 본다. 한 치가 높은 곳을 주목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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