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여러 지방을 여행 중이었다. 그런데 어느 시골을 지날 무렵  수레를 끄는 말이 갑자기 도망치는 소동이 벌어졌다. 도망친 말은 이리저리 내달리더니 그만 어느 밭에 들어가 농작물을 다 먹어치우는 것이었다. 마침 그 밭의 주인인 농부가 그 광경을 보고 화가 치밀어 말을 단단히 붙잡아두었다. 그리고 씩씩거리며 말 주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한편 공자는 이 일에 대해 걱정스러웠다. 제자들에게 물었다.

“누가 가서 말을 찾아올 수 있겠는가?”

그러자 말주변이 좋기로 소문난 제자 자공이 선뜻 나섰다. 자공은 이전에 제나라가 노나라를 공격하려 하자 주변 나라를 방문하여 그들이 제나라와 싸우게 함으로 노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적이 있다. 그때 뛰어난 언변으로 정치적 입지 또한 대단한 실력자였다.

“예, 제가 가서 찾아오겠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수레를 모는 마부가 나섰다. 마치 자공에게 뒤지지 않으려는 적극적인 자세였다.

“수레와 말은 저의 직분입니다. 제가 잘 지키지 못했으니 제가 찾아오겠습니다.”

자공과 마부가 서로 말을 찾아오겠다며 나서자 공자가 말했다.

“그래도 자공은 재주가 출중하니 가서 말을 찾아오도록 하라.”

자공이 농부를 찾아가 우선 겸손하게 인사를 하고, 정중히 사과하면서 말을 되돌려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자 농부는 자공의 말을 일거에 거절하며 도무지 들어주지 않았다. 자공이 그냥 돌아오자 공자가 말했다.

“천하 제후들을 일거에 설득하는 네가 이처럼 작은 땅의 농부를 설득하지 못하는 것은 무슨 이유겠는가? 바로 이해할 수 없는 말로 상대를 설득하려 했기 때문이다. 이는 아름다운 음악을 새에게 들려주며 감흥을 묻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하고는 이번에는 마부를 보냈다. 마부가 농부에게 가서 말했다.

“당신의 경작지는 참으로 넓습니다. 저기 동쪽에서부터 여기 서쪽에 이르기까지 이토록 넓으니 말이 어디를 도망쳐도 당신의 농작물을 먹지 않을 수가 없겠군요.”

농부는 자신의 토지가 넓다는 말에 반색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마부의 그 다음 말은 들어보지도 않고 곧바로 말을 풀어주었다. 이는 ‘회남자(淮南子)’ 인간훈(人閒訓) 편에 있는 이야기이다.

성동격서(聲東擊西)란 동쪽에서 소리를 내어 적의 모든 병력을 집중시키게 하고는 몰래 적의 서쪽 빈틈을 공격하는 것이다.

고대부터 사용되어온 가장 오랜 병법 중 하나이다. 계책은 적을 속이고 그 틈을 이용하여 이기는 방법이다. 사람의 행동은 자신의 의지에 들어맞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 계책은 바로 그런 정형화된 방식을 뒤집어 업는 것이다. 움츠리는 것은 발을 뒤로 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격하기 위함이다.

움츠리면 반드시 강하게 펴게 되어있다. 그것이 성동격서의 쓰임이다. 번번이 상대에게 지고 산다면 이 계책을 한번 써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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