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승의 자잘한 세상이야기]개처럼 살면
[정연승의 자잘한 세상이야기]개처럼 살면
  • 충청매일
  • 승인 2016.08.23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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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충북작가회의 회장

“거울 좀 보슈!”

“뭔 소리여?”

“그렇게 퍼마시고 다니더니 형수한테 할퀴었구려.”

간만에 만난 후배가 내 목을 가리키며 실실거렸다. 옆에 있던 거울을 보았다. 그리고 나는 깜짝 놀랐다. 내 목에는 자국도 선명하게 할퀸 자국이, 그것도 거미줄처럼 그어져 있었다. 그건 누가 봐도 영락없는 손톱자국이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지난밤에 누구와 싸운 기억도 전혀 없었다. 싸우는 것도 뭔가 의욕이 넘칠 때 말이지 세상에 전혀 바랄 것이 없는데 뭣 때문에 싸운단 말인가.

그제야 지난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어제 저녁 무렵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술을 한 잔 하잔다. 이 뜨거운 염천에 술이 무슨 당치도 않는 소리냐며 펄쩍 뛰었지만, 내심 전화를 해준 친구가 고마웠다. 급히 나서는 나를 보고 마누라는 저녁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며 희색이 넘쳐흘렀다.

약속장소에 당도했을 때 친구는 보이지 않았다. 친구는 그 집의 전(부침개) 찌개를 무척 좋아했다. 친구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상상하며 전 찌개를 시켰다. 그런데 주인아주머니가 다른 것을 먹으면 안 되겠느냐며 난감해한다. 날이 워낙에 더워 안에서 찌개를 끓이면 다른 손님들이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마침 그때 막 들어온 친구가 ‘남 눈치 볼 거 없어! 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장땡’이라며 굳이 전 찌개를 해달란다. 그럴 친구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술이 몇 순배 돌고나서 거나해진 다음에야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제껏 상대방 마음에 상처를 줄까 걱정되어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고 지냈더니 모두들 자기를 개떡으로 본다는 이야기였다. 무슨 일인지는 더 들어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었다. 살다보면 다반사로 겪는 일 아니었던가. 만취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반갑게 뛰어나와야 할 아람이가 보이지 않았다. 거실에 들어섰는데도 녀석은 나타날 기미도 없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마누라는 연속극에 빠져있었다. 아람이는 마누라 품에 안겨 나를 본체만체 했다. 어디를 갔다 오면 제일 먼저 달려와 반기는 녀석이 아람이었다. 세상에서 나를 그토록 반가워하는 녀석이 저 놈 말고 또 있을까. 나는 그게 고마워 아람이가 좋아하는 것이면 뭐든 챙겨가지고 들고 왔다. 그런 녀석도 나를 멀리 할 때가 있다. 녀석은 술 냄새를 몹시 싫어했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한 번 준 마음이면 변하지 말아야지, 돌변한 녀석의 태도가 얄미웠다. 내가 녀석을 잡아당겨 코에다 술 냄새를 뿜어댔다. 녀석이 진저리를 치며 나를 뿌리치려 했다. 내가 앞다리를 잡아당기자 물려는 시늉을 하며 위협까지 한다. 괘씸한 생각에 녀석을 꽉 끌어안았던 기억이 어슴푸레 떠올랐다.

그러다 잠이 들었다. 녀석은 내게서 빠져나가려고 모진 발버둥을 쳤을 것이다. 목에 난 할퀸 자국은 녀석이 한 짓이었다. 필요하면 달려들고 싫으면 안면 몰수하는 아람이처럼 단순하게 세상을 살면 바랄 것도 없어 참 편할 터인데…….각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녀가 일궈낸 성과에 비해 담담한 인터뷰는 그녀의 성품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박인비 선수의 쾌거는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온 국민이 더위와 싸우고 있을 때 안겨준 시원한 승전보라서 더욱 의미 있었다.

박인비 선수는 물론이고 올림픽에 출전한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고 열심히 싸워 주었다. 다 같이 노력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격려를 보낸다.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이유 중에는 정부차원의 전폭적인 지원부족과 체계적인 시스템의 부재가 있다.

한국선수단은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10-10(금메달 10개 이상·종합순위 10위 이내 진입)’ 달성을 목표로 잡았지만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를 수확하며 아쉬운 성적을 냈다.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종합 5위에 오른 것을 고려하면 부진한 성적이다. 역대 최강 전력이라고 평가받았던 유도,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부터 베이징 대회를 제외하고 매번 금메달을 땄던 레슬링에서도 금맥이 끊겼다. 단체 구기 종목에서 44년 만에 메달 획득에 실패한 것도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금메달을 기대했던 배드민턴도 동메달 1개에 머물렀다.

기대했던 종목의 부진에는 선수보다 선수를 관리하는 협회와 정부의 지원 등 문제가 더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어 이번 리우 올림픽을 계기로 체육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올림픽 양궁 전 종목 메달을 석권한 양궁협회의 경우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왔다는 점에서 본보기를 삼아야 한다. 전 종목 석권의 바탕에는 올림픽 금메달 보다 더 까다로운 국가대표 선발전이 있다. 자체 평가전을 통해 치열한 선발전을 통과하고 난 후에는 양궁선수단에게 협회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 되고 있다.

정부가 해줘야 할 일을 협회장이 소속된 기업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활과 화살을 비롯해 훈련방식 등에 이르기까지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R&D) 기술이 지원됐다. 선수의 손에 최적화된 활의 그립을 3D로 스캔해 맞추는 디자인 기술도 적용됐다. 현대라는 기업이 갖고 있는 과학적 능력을 양궁협회에 전폭적으로 지원해줌으로써 최적화된 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양궁 뿐 아니라 체육 전 종목에 걸쳐 정부가 주도해 이뤄져야 하는 일이다. 미국 등 선진국이 많은 종목에서 고루 메달을 얻어가는 것이 이 같은 체육계의 시스템이 최적화 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경제발전에 비례해 체육계도 선진화 될 수 있는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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