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시인 충북예술고 교사

트로이카는 세마리 말이 끄는 러시아의 수레를 말합니다. 이 책은 소설입니다. 내용은 1930년대 서울에서 있었던 조선공산당 재건 운동을 벌인 사회주의 운동가들의 활동을 소설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일제하의 독립 운동은 193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정리됩니다. 일본군의 공격으로 중국이 초토화되면서 중국에서 활동하던 임시정부 주도의 독립 운동 세력은 명맥만 간신히 유지한 채 실제 운동의 주도권을 상실합니다. 그렇지만 만주와 백두산 근처에서는 항일 빨치산 활동이 유지되는데, 이들은 나중에 북한 정권을 세우는 가장 중요한 세력이 됩니다. 국내에서는 사회주의를 받아들인 젊은이들이 노동운동을 통해 공산주의 조직을 재건하는 운동을 벌입니다. 임시정부가 주도권을 상실한 후 독립운동의 현장은 실제로 사회주의자들이 대부분 주도권을 쥡니다.

그렇지만 이런 사실은 우리가 분단됨으로써 독립운동사보다는 좌익 반란사로 역사를 배우면서 그들의 항일독립 운동을 평가하는 데 아주 인색한 태도를 취합니다. 사회주의는 나쁘다는 전제를 해놓고서 과거를 보니, 당시 사람들의 피나는 항일 활동도 좌익분자들의 사악한 음모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 세월이 벌써 50년을 넘었습니다. 그들의 행동이 그나마 다시 검토된 것은 1990년대 들어와서나 생긴 일입니다. 물론 학계에서 연구하는 것이 가장 개방된 형태였습니다. 나머지 일반인들이 일제하의 사회주의 운동을 뒤적거렸다간 빨갱이로 오인받았습니다.

이 책은 일제하의 사회주의 운동을 연구하다가 마주친 경성 트로이카라는 조직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지은이가, 그 조직의 수뇌부를 구성했던 한 여인을 만나 옛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비롯됐고, 그것을 소설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소설 속의 주요 인물은 이재유입니다. 그 주변에서 노동운동을 하며 일제에 대항하던 사람들의 행적을 추적해 그것을 소설로 썼습니다. 이재유 조직의 특징은 특별한 사람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일제강점기 하 공산주의 조직이 특정한 사람을 우두머리로 해 운영됐다가 일제의 검거로 한 순간에 사라지는 운명을 맞이하곤 했는데, 아마도 그에 대한 보완책으로 여러 사람이 운영하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조직을 만들지 않았나 하는 짐작이 듭니다. 그래서 세 말이 말이 끄는 수레를 빗대어 트로이카라는 이름이 붙은 것입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전혀 모르는 세상을 구경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마치 반지의 제왕을 보는 것만큼이나 말이죠. 그만큼 사회주의 독립운동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금기 사항처럼 여겨져 낯선 세상의 풍경처럼 와닿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소설로 그것을 보는 것은 상상력의 차원이니, 그 상상력이 현실속의 역사로 느껴질 때까지 좀 더 긴 세월이 필요할 듯합니다. 어쩌면 통일이 된 후에나 그렇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카아가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표현은 이 경우에도 아주 적절한 말로 느껴집니다. 아마도 통일이 되기 전까지는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것입니다. 지난 일을 냉정하게 돌아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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