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주성 변호사

청주지방법원 형사 항소심 법정, 1심에서 강제추행죄로 유죄 판결을 받고 항소한 피고인의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잠시 긴장감 속에 침묵이 흘렀습니다. 이윽고 재판장으로부터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라는 주문의 선고가 이어졌고, 이로써 흔히 주위에서 마주칠 수 있는 한명의 일반인이 성범죄자의 누명을 벗는 순간이었습니다.

위 사건은 제가 1심부터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직접 변론을 담당한 사건입니다. 처음 사건을 배당받고 기록을 검토해 본 결과 처음부터 의문점이 많았던 사건이지요. 구체적으로 신체접촉 부위에 관한 진술, 피해 장소, 피해순서 등 피해자진술의 신빙성에 많은 문제점이 있었고 더군다나 피해자가 합의금을 얻기 위해 신체접촉 부위를 허위로 과장해 진술했다는 관련자의 진술까지 존재했습니다.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되고 검찰과 변호인간의 치열한 법적 공방이 이어졌고 당연히 장기간에 걸친 심리가 이어졌습니다.

갑자기 사건얘기를 꺼낸 이유는 성범죄에 있어서 ‘남성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반전요소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함입니다. ‘성범죄’라고 하면 전형적으로 힘 있는 ‘남성’이 힘없는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라는 일종의 고정관념이 존재하고 유독 다른 범죄와 달리 성관련 사건의 경우 주장의 진위여부는 따지지도 않은 채 ‘당연히 남성이 잘못했겠지. 여성이 설마 거짓말을 하겠어’라는 일반인들의 매우 ‘일반적인’ 생각이 단단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물론 객관적으로도 성관련 사건의 절대 다수의 가해자는 남성이고 절대 다수의 피해자는 여성이라는 점에서 위와 같은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법이 추구하는 정의 즉 죄를 범한 사람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할 것이지만 억울한 누명을 쓰는 자가 한명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가치의 실현에 심각한 장애요소인 ‘편견’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걱정을 해봅니다. 최근 유명연예인을 상대로 한 각종 성관련 추문이 오히려 금전을 노린 무고 또는 공갈로 혐의점이 수렴되는 사례를 볼 때, 위와 같은 일반인들의 단단한 편견을 이용하여 심각하게 사회적 명예를 실추시키는 약점을 이용하는 독버섯과 같은 범죄의 계기로까지 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재판을 통해 무죄선고를 받아 억울한 누명을 벗더라도 장기간의 법적 다툼으로 인한 고통, 사회적 명예 실추 등 너무나 큰 유무형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그러한 남성은 분명 그 자체로써 ‘피해자’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러한 점을 기억해 적어도 위와 같은 편견에 사로잡혀 피해사실 주장자체로 일방적인 범죄자로 몰아가기 보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근거해 객관적으로 발생한 일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이 중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즉 범죄를 범한 자에게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해야 한다는 다툼 없는 사회적 약속을 실현하기 이전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연 ‘범죄를 범한 자’인지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특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단 한명의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하여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사건은 검찰의 상고를 대법원이 기각해 최종적으로 무죄확정이 됐는데 이에 이르기까지 당사자가 겪어야 했을 고통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며 글을 마쳐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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