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경 대전대 청주한방병원 한방내과2

연일 폭염 관련 뉴스가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정말 덥다.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땀이 흐르고, 지치고, 입맛도 떨어지고, 밤에는 열대야로 숙면을 하기도 힘들다. 이렇듯 생활 리듬이 깨지기 쉬운 계절일수록 철저한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충분한 수분 섭취 및 휴식, 규칙적인 생활과 적당한 운동, 손 위생 등 이미 잘 알고 있는 내용들도 있다.

또 한 가지, 우리가 이미 알고 있지만 지키기 힘든 여름철 건강관리 원칙이 있으니 바로 찬 바람, 찬 음식 등 과도한 찬 기운을 멀리하는 것이다.

중국 수당시대 명의 손사막(孫思邈)이 저술한 ‘위생가(衛生歌)’에는 “사철 중에 여름철의 섭생이 힘들다. 잠복한 음(陰)이 체내에 있어 배가 냉활(冷滑)하니 음식물이 조금만 차더라도 먹고 마시지 말아야 한다. (중략) 얼음에 담긴 물과 채소, 과실은 사람에게 이롭지 않으니 가을이 되면 반드시 학질과 이질을 일으킨다”라고 해 여름철의 과도한 찬 음식 섭취를 경계했다.

여름철 과도한 찬 기운으로 인한 폐해는 냉방병이나 장염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건강과 질병은 생명력(에너지)의 성쇠와 균형에 달린 것이다. 노화로 인한 생명력의 감소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예전에 비해 먹을 것은 풍부하고 운동량은 적어진 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에너지의 부족으로 인한 질병은 거의 없다. 다만 에너지의 불균형으로 인한 문제가 많을 뿐이다.

손사막이 여름철의 섭생이 어렵다고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여름철 높은 기온과 습도에 의해 우리 몸의 외부는 데워지고, 올라간 체온을 내리기 위해서는 땀을 흘리게 되고, 적절한 땀 배출을 위해서 생명력(여기서의 생명력은 자율신경계나 면역력으로 이해해도 좋다)은 몸의 외부에서 많은 일을 하고 소모된다. 몸의 외부에서 생명력이 많은 일을 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몸의 내부는 생명력, 즉 에너지가 부족해지고 차가워진다. 마치 여름에 우물물이 더 차가운 것처럼.

평소 건강하던 사람도 여름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몸 외부의 생명력은 지쳐있고 몸 내부의 생명력은 차가워져있는데 차가운 에어컨 바람에 장시간 노출되거나 얼음물, 맥주, 냉면 등 찬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냉방병이나 장염과 같은 질병에 쉽게 이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아침에 기상해 낮에 활동하고 저녁에 휴식을 취하다가 밤에 자는 것을 이상적인 일상 패턴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한의학에는 계절별 섭생 원칙이 있다. 즉 봄에는 겨울의 정적인 생활에서 벗어나 이런저런 계획을 세워 활동을 시작하고, 여름에는 봄보다 좀 더 역동적이고 활발한 활동을 즐기고, 가을에는 과도한 활동을 자제하면서 봄·여름의 활동을 갈무리하고, 겨울에는 차분하고 조용하게 침잠하는 생활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섭생 원칙을 잘 지키는 것은 작게는 그 계절을 건강하게 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크게는 노화를 늦추고 질병을 예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생명력의 활동이 활발한 여름철에 과도한 찬 기운에 노출되는 것은 비유하자면 곡식이 익어가는 여름의 푸른 논에 서리가 내리는 것과 같으니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다만 필자가 지속적으로 강조한 바와 같이 ‘과도한’ 찬 기운을 경계하자는 것이니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건강한 여름 나기에 도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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