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전 국민의 10명 중 6명 이상이 가입하고 있는 의료실손 보험료가 올해 초 평균 20% 이상 인상됐다. 자동차 보험료도 인상됐고 전에 없던 외제 차 사고 관련 새로운 특약을 들라고 한다.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2014년 기준 137%가량 이란다. 손보사의 주장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1천원을 내고 1천370원의 보험금을 받고 있어서 보험료를 올리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손보험이 일반화되면서 병원에서는 실손보험을 들었는지에 따라서 검사와 진료가 달라진다고 한다. 실손보험을 든 사람은 의료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고급진료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됐다. 자동차 사고의 경우 주차된 차량에 작은 흠집이 날 정도의 접촉사고라도 피해차량 운전자는 병원에 가서 CT 찍고 보험사로부터 위자료를 받고, 흠집에 대한 수리비 명목으로 현금을 받는다. 실손보험과 교통사고에서 과잉 진료는 일반화돼 있다. 이러하니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에서 자동차 접촉 사고율이 1위이다. 보험을 타기 위해 사소한 사고도 사고 처리를 하므로 사고가 부풀려지고 있다.

보험금이 매년 오르는 현상을 부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으로 ‘공유지의 비극’이 있다. 공유지의 비극은 마을 공동 소유의 목초지에 한 목축업자가 더 많은 이득을 얻기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은 양을 풀어놓았다. 그러자 다른 목축업자도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양들을 모두 초지에 풀어놓았다. 초지는 양들로 가득 찼고 얼마 되지 않아 초지에는 풀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교통사고가 나면 정비업소에서는 수리해도 될 것을 교환하고, 피해자는 사고를 더 크게 보이기 위해 파손 부위를 키운다. 피해자와 정비업자는 가능한 피해규모를 확대해 더 많은 보상을 받고자 한다. 이에 피해자가 동조하고, 보험회사의 사고 처리자는 민원이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소리 없이 합의를 끌어내는 데 관심을 가진다. 교통사고 환자나 실손보험 환자에 대한 과잉진료로 병원은 수입이 늘고, 제약회사는 약품의 판매량이 늘고, 피해자의 보상은 늘고, 보험회사는 소비자에게 손실을 보전하는 명분을 만들어서 보험료를 늘리고, 보험회사 직원은 과잉진료 조사를 가면 수고비를 받아서 좋은 구조가 되어 가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모두가 함께 살기 위해서 들고 있는 보험금을 공유지로 생각해 너도나도 먼저 많은 보상을 받고자 한다. 그 결과 매년 보험료가 늘어나고 보험료가 늘어날수록 소비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보험금을 타서 많이 내 보험료에 대해 보상받고자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잉진료와 보상을 받는 이해관계자에 대해 감시를 확대하고, 더 많은 보험료를 부과하는 소위 당근과 채찍에 의한 해결방안은 강조하는 입장이 있다. 반면에 공공선택이론을 주장한 엘리노 오스트롬 교수는 구성원의 자율적 합의와 질서에 의한 공동체 의식의 향상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주장한다. 이 노벨 경제학상을 탄 공공선택이론이 있어도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으니 인간사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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