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예산 지방교육재정 부담으로 교육여건 황폐화
강당 바닥 뒤틀리고 장마철 비 새는 건물도 수두룩

▲ 충북 청주지역의 한 초등학교 강당 바닥이 뜯기고 뒤틀어져 임시방편으로 테이프로 보수한 뒤 방학기간 돌봄교실 수업과 운동부 학생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교육재정에서 부담하면서 일선 학교의 교육여건 악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열악한 재정만 운운하며 학교교육여건개선시설비는 줄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 몫이 되고 있다.

2일 오전 충북 청주의 한 초등학교 강당. 이 학교의 강당 바닥은 뒤틀리고 갈라져 곳곳이 파손돼 있다. 파손된 강당 매트 위에서 방학기간 돌봄교실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이 위태롭게 느껴진다.

이 학교 강당 바닥은 1~2년전부터 파손돼 수업에 지장을 받고 있으나 학교시설 개선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전교생이 체육수업 등으로 사용하고 있는 강당 바닥의 파손으로 학생들이 수업 도중 넘어져 다치는 일도 다반사다.

이 학교 교사는 “학생들의 수업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이 바닥에 걸려 넘어져 다치는 일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미세먼지 등으로 야외 체육수업을 할 수 없을 때 어쩔수 없이 학교 강당에서 수업을 진행하지만 아이들의 안전문제 때문에 항상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이 학교에는 체육육성종목 지정으로 운동부까지 있으나 선수들도 위험을 감수하고 훈련에 임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예산이다.

강당 개보수 요청을 수차례 도교육청에 올려도 돌아오는 답변은 “예산이 없다”는 말 뿐이다. 올해 역시 아이들의 안전 등을 이유로 강당 바닥 교체 요청을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이 같은 문제는 이 학교뿐만이 아니다. 도내 곳곳의 학교는 장마철 건물에 비가 새는 곳도 수두룩하다. 이들 학교 역시 임시방편으로 비가 새는 곳을 막기만 할 뿐 대책이 전무하다.

열악한 재정을 운운하며 학교시설개선을 뒷전으로 하고 있는 도교육청이 아이들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 교육의 첫 수혜자가 돼야 할 아이들을 위해 학교 시설 개선이 절실한 실정이다.

실제 도교육청은 학교교육여건개선시설 개선을 위해 예산을 해마다 소폭 증가하고 있으나 일선 학교 노후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오영훈(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제시한 17개 시·도교육청의 2015년 세출결산 총액을 살펴본 결과 충북은 교수학습활동지원 결산액이 236여억원 14,9%가 줄었으며, 학교교육여건개선시설은 55% 가까이 감소했다.

도교육청은 올해 추경에서 학교교육여건개선시설비 717여억원을 편성했다. 학교급식시설현대화에 40억, 학교석면시설보수에 115억원이 투입되고, 562여억원은 학교시설교육환경개선에 쓰여진다. 이는 지난해 580여억원보다 137여억원 정도 증가했다.

학교시설교육환경개선은 대부분은 학생들의 안전을 제고하기 위한 시설과 건물 방수, 외부환경개선, 냉난방 지원, 장애인편의시설 등에 쓰여진다.

이처럼 누리과정 등을 지방교육재정에서 부담하게 되면서 초·중등교육을 위한 교육여건은 점점 후퇴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해마다 학교교육여건개선시설 예산을 소폭이나마 늘리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 요청하는 예산이 연 1천~1천500억원 가까이 돼 이를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시설의 노후가 심한 곳을 우선 순위로 해 환경개선을 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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