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전국(戰國)시대 무렵, 노(魯)나라의 맹손(孟孫)씨는 삼경 중 하나인 하경(下卿)을 맡아 왕에 버금가는 권세가였다. 지금으로 치면 노나라 한 지역의 실력자였던 셈이다. 하루는 맹손씨가 사냥을 나갔다. 온종일 산천을 달려 겨우 새끼노루 한 마리를 생포하는데 그쳤다. 그것을 부하인 진서파(秦西巴)에게 맡기고 사냥을 철수했다. 

진서파은 새끼노루를 정성껏 수레에 실어 맹손씨의 뒤를 따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도중에 어미노루가 수레의 뒤를 따라오며 슬피 울부짖는 것이었다.

원래 노루는 모정이 강한 동물로 새끼를 잃으면 슬퍼하며 사방을 찾아다니는 버릇이 있다. 진서파가 마침 어미노루와 눈이 마주치자 보기에 딱하고 마음이 애처로워 그만 새끼노루를 풀어주었다. 그런 후에 덜컥 겁이 났다. 사냥감은 맹손씨의 것이지 자신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집에 돌아온 맹손씨가 아까 잡은 새끼노루를 가져오라고 명했다. 그러자 진서파가 고개를 푹 숙이며 사실대로 고하였다.

“아까 오는 길에 어미노루가 따라오며 하도 슬프게 울부짖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그만 새끼를 놓아주고 말았습니다.”

맹손씨가 그 말을 듣자 그만 화가 치밀었다.

“네놈이 무슨 권한으로 주인의 물건을 함부로 처분한단 말이냐? 주인의 말을 어겼으니 그 죄를 용서할 수 없다. 여봐라, 진서파 이놈을 당장에 내쫓아버려라!”

그렇게 진서파는 일자리와 벼슬을 잃고 시골 고향에 내려가 조용히 살고 있었다. 두 달이 지난 어느 날, 맹손씨의 부하들이 진서파의 시골집에 내려왔다. 맹손씨가 급히 찾는다고 하면서 정중히 모시고 올라갔다. 올라가는 도중 진서파는 이게 무슨 조화인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도착하자 맹손씨가 진서파에게 말했다.

“내 자식 놈들을 맡아줘야겠소. 바르게 가르쳐서 사람이 되도록 해주시오.”

하고는 이전보다 더 높은 벼슬인 태부(太傅)의 벼슬을 하사하였다. 이것을 본 맹손씨의 부하들이 의아해하며 서로 수군거렸다. 그 중에 한 부하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맹손씨에게 물었다.

“진서파는 이전에 주인의 일을 함부로 처리한 죄목으로 내쫓겼는데, 이제 다시 그를 불러들여 이전보다 높은 벼슬을 주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에 맹손씨가 웃으면서 말했다.

“새끼노루를 불쌍히 여길 정도라면 내 어린 자식들도 틀림없이 그처럼 여길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누구보다 내 자식을 잘 돌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맹손씨는 사람을 쓰는 데 있어서 자신의 호불호보다는 그 사람의 능력이 우선이었다. 사람의 능력을 알고 나서야 자리를 배치한 것이었다. 이는 용인술(用人術)의 기본으로 한비자(韓非子)가 쓴 ‘설림(說林)’에 실린 이야기이다.

적재적소(適材適所)란 사람의 재능에 따라 그에 적합한 지위나 임무를 맡기는 것을 말한다. 조직이 도무지 성과가 없고, 조직원들 모두가 보람을 느끼지 못하다면 책임자는 빨리 선택을 달리 해야 한다. 능력은 맡은 일을 좋아해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연히 지쳐가는 이 무더운 여름에 그늘에 쉬면서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은 과연 본업(本業)인가? 나는 지금 내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그런 일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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