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죽음을 앞둔 아버지가 세 아들에게 17마리의 낙타를 유산으로 남기며 유언을 했다. “첫째에게는 전체 낙타의 2분의 1을, 둘째에게는 3분의 1을, 셋째에게는 9분의 1을 물려준다.”

이 유언에 세 아들은 난감했다. 17은 2로도, 3으로도, 9로도 나누어지지 않는 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형제는 그 마을에서 지혜가 많다는 할머니를 찾아 해결책을 구했다.

그러자 할머니는 “내가 낙타 한 마리를 줄 테니 가져가시게”하면서 선뜻 낙타 한 마리를 내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문제는 깨끗이 해결됐다. 18마리는 2로도, 3으로도, 9로도 나누어지는 숫자이기 때문이다. 큰 아들은 9마리, 둘째는 6마리, 셋째는 2마리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나누어 모두 합쳐보니 17마리였다. 삼형제는 다시 할머니에게 남은 한 마리를 돌려주면서 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할머니가 건넨 18번째 낙타. 이것이 유산 분배를 평화롭게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만약 이 18번째 낙타가 없었다면 유산 분배를 놓고 큰 싸움이 벌어져 형제들이 돌이킬 수 없는 원수가 됐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18번째 낙타의 의미는 무엇일까? 바로 지혜를 나누고 협력하는 마음, 즉 사랑의 마음이다. 사랑의 마음이 있을 때에만 그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고 더 나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사랑의 마음을 실천한다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18번째 낙타를 외부에서 구할 수 있다면 모를까 대부분은 내부에서 찾아야하고, 그러다 보면 누군가는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이사 연 150억원, 직원 평균 1억원, 그런데 서비스 기사는 1천700만원의 연봉을 지급하는 회사가 있다. 한국을 대표한다고 자부하는 삼성전자이다. 대표이사의 임금 중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는 항목은 ‘기타 근로소득’으로 80억3천400만원에 달한다. 이 ‘기타 근로소득’은 임원처우규정에 따라 지급한 일회성 특별상여 및 복리후생으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말문이 막힌다. 한겨레신문이 조사한 전자제품소비에 관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제품을 구입하는 가장 큰 이유(36%)가 편리한 사후서비스(AS)라고 한다. 결국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품질보다도 사후서비스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서비스 기사의 연봉은 가정을 꾸리고 생활하기가 불가능 할 정도의 수준이며, 이에 비해 대표이사는 그들의 880배가 넘는 연봉을 가져간다. 삼성전자에는 어디에도 18번째 낙타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승승장구해 임원이 되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는 것처럼 어렵다. 대부분은 바늘귀에 한 발 앞서있는 동료들을 부러워하고 거기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올라왔기 때문에 남들 보다 더 받는 연봉에 대해서 양보와 희생의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내가 어떻게 이 자리에 올라왔는데 라며 계속 손을 움켜쥔다. 그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자괴감과 허탈감 그리고 허무함에 빠지고 만다. 여기서도 18번째 낙타를 건네주는 할머니는 없다.

혹시 18번째 낙타를 건네주는 할머니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 아닐까?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 계절이면 바랐던 산타크로스처럼 동화속의 인물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나는 그 할머니가 있다고 믿고 싶고, 또 믿는다. 그리고 그 할머니는 우리가 찾아가거나 우리를 찾아오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모두가 기다리고만 있을 때 내가 그 할머니가 되어 보는 건 어떨까? 신나는 일이 벌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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