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병원, 노조원 전원 순차적 고용
구체적 내용 합의 없어 이견 가능성

▲ 25일 충북 청주시립요양병원에서 옛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노조와 이 병원 위탁운영자인 청주병원이 노조원들의 전원고용승계에 합의하자 옛 청주시노인전문병원 권옥자 분회장이 노조원들과 포옹하고 있다. 오진영기자

작년 6월 임시폐업한 청주 시립요양병원(옛 청주시 노인전문병원)이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가장 큰 걸림돌인 옛 노인병원 노조원의 고용승계 문제가 전격적으로 해결됐기 때문이다. 새 수탁자인 청주노인병원이 옛 노인병원 노조와 협상을 벌인 끝에 노조원 전원의 고용을 승계하기로 한 것이다.

사실 청주시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 6월 4차 공모를 통해 청주병원을 시립요양병원의 새로운 위탁운영자로 정하고도 정상화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못했다.

1차와 3차 공모에서 각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던 청주병원과 의명의료재단이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노조의 벽에 부딪혀 결국 두 손을 들고 위탁운영을 포기한 전례가 있었다.

다시 위탁운영자가 된 청주병원이 지난 19일 사실상 ‘선별 고용'을 골자로 한 채용계획을 밝히자 노조가 즉각 반발,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런 상황에서 청주병원과 노조는 지난 23일 첫 대화 테이블에 앉았다. 예상대로 별다른 성과가 없이 끝났지만, ‘최악의 상황'은 피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이틀간 5차에 걸친 협상을 벌였다.

25일 오전 6차 협상에서 노조원 전원 고용승계에 합의했지만, 막판까지 고용 시기 등에 대해 놓고 진통을 겪었다. 노조는 노조원의 우선 고용을 주장했고, 청주병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팽팽히 맞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양측은 노조원 순차적 고용이라는 타협점을 찾았다. 합의의 골자는 현재까지 노조 활동을 하는 조합원 23명 전원을 고용하되 병원 사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채용하는 것이다. 우선 병원 재개원에 필요한 신규 직원을 채용하면서 옛 노조원과 비노조원을 비슷한 비율로 뽑기로 했다. 비율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양측은 노조원과 비노조원 채용 비율을 50대 50으로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병원을 운영하면서 환자 증가 등 정상화에 따라 직원들을 추가 채용할 때 동일한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협상의 타결에도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양측이 합의문 공동작성 과정 없이 구두로 합의한 데다 구체적인 내용은 합의하지 못했다.

우선 노조원의 범위를 현재까지 활동하는 23명으로 할지, 노인병원이 폐업할 당시의 모든 노조원을 대상으로 할지가 결정되지 않았다. 폐업 당시 노조원은 60여명으로 알려졌다.

50대 50의 비율을 적용하는 것도 전체 채용 직원을 기준으로 삼을지, 분야별로 적용할지도 불투명하다. 청주병원이 신규채용하려는 간호사,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요양보호사, 급식조리사 등 다양한 분야지만, 노조원은 주로 요양보호사, 간호조무사에 집중돼 있다.

청주병원이 현재의 계획대로 20여명을 신규채용한다고 할 때 분야별 고려없이 전체 인원만 기준으로 보면 노조원을 10명 안팎 고용해야 하지만, 분야별로 50%를 채용하면 10명 이하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노조가 시청 앞 천막 철거를 1차 채용 합격자 발표를 본 뒤 결정하기로 한 것도 이런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양측은 이날 합의사항을 발표, 병원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전과 같은 심각한 대립이나 파국은 피하면서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준 것이다.

청주병원 조원익 행정원장은 “공공시설인 요양병원을 조속히 정상화해야 한다고 생각에서 협상에 임했다"며 “같이 일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같이 할 수 있다"고 노사 화합의 의지를 보여줬다.

권옥자 노조 분회장도 “450일 넘게 천막 농성을 한 노조원들이 한꺼번에 복귀하진 못하지만, 일정 비율에 따라 모두 복직이 이뤄질 것"이라며 “공공병원으로서 환자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병원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청주병원은 다음 달 초 신규 직원을 채용하고 내부 보수 등을 마친 뒤 다음 달 말께 요양병원을 재개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노사 화합의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요양병원은 1년 2개월여 만에 정상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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