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미호천을 지키는 사람들

▲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본지와 함께 한 미호천 지킴이들. 왼쪽부터 전숙자, 임한빈, 강전일, 황금숙씨.

주민 의식 전환 위한 홍보·교육으로 지천 오염 줄여야

친환경 농업 유도·둔치 개발 금지·축사 허가 자제 필요

마을마다 청소차 방문·분리수거용 봉투 무상 공급해야

관 주도 유역 협의체 구축해 관리 단일화·시스템화해야

환경오염 예방, 주민보다 자치단체의 인식변화가 중요

하천 오염·생태계 파괴 되면 주변지역 사람들 삶도 파괴

금강수계 감시활동을 통해 각종 환경오염행위 등을 사전에 예방하고 신속하게 대응함으로써 금강 수질의 안정성 확보가 주된 업무인 금강유역환경청 소속의 금강환경지킴이들이 있다. 이중 금강의 제1지천인 미호천유역을 관리하는 미호천지킴이들이 본지 특별기획 ‘물길 따라 금강에서 황해로- 제1부 생태·문화·사람이 있는 미호천에서 놀다’ 취재 지원을 위해 1년간 답사 길에 함께 해주었다. 본지는 기획특집 1부를 마무리 하며 1년 여간 길안내를 맡아준 미호천 지킴이들과 마지막 인터뷰를 진행했다. 미호천 유역 전숙자 팀장(54)을 비롯해 10년 가까이 미호천 지킴이 활동을 해온 임한빈(54)·강전일(54)·황금숙(47)씨로부터 미호천의 효율적인 관리 방안과 수질개선을 위한 주민과 관계기관의 역할 등에 대해 들어 보았다. 편집자주

●미호천 물길을 1년여 동안 함께 걸으면서 지킴이들이 여러 차례 강조한 것이 상류지역의 수질오염원 문제다. 상류지역의 오염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임한빈씨=미호천 본류로 흘러드는 상류지역의 도랑이나 지천의 오염원을 줄여야 한다. 농촌마을에서 배출하는 생활폐수와 축산 분뇨, 농약, 인근 공장의 오폐수 등이 정화되지 않고 도랑이나 지천을 타고 미호천으로 마구 유입되고 있다. 마을단위 혹은 축산농가, 공장 등에 오폐수정화 시설 설치지원과 관리 감독, 주민계도 활동 등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작은 도랑이 살아나야 미호천 수질이 회복될 수 있다. 미호천 유역의 일부 자치단체가 도랑살리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전 구간의 도랑에 대해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그 다음은 쓰레기문제다. 미호천 본류보다 마을을 끼고 있는 지천에 특히 쓰레기 투기하는 주민들이 빈번하다. 군과 민간단체가 나서 정화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행락객들이 많은 여름철에는 더욱 심하다. 주민들의 의식전환을 위한 홍보와 교육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전숙자씨=수질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방안으로는 미호천유역보다 지천을 관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농촌마을 도랑변에서 쓰레기 소각이나 투기가 심한데, 이를 위해서는 쓰레기 수거용차가 정기적으로 들어가 줘야 하고 분리수거가 이뤄질 수 있도록 농민들에게 쓰레기봉투를 무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 노인들이 대부분인 농촌에서는 아직도 쓰레기를 태우는 소각문화가 사라지지 않아 돈을 주고 봉투를 사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관에서 무상으로 지원해주지 않으면 절대 개선되지 않을 문제다. 이와 함께 마을단위의 소하천지킴이 활동이 필요하다. 우리 마을 소하천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인식전환 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쓰레기 정화 문제는 마을 단위의 지킴이들과 지자체간의 견고한 협력이 필요한 일이다.

황금숙씨=하천 주변에 하우스 농가가 많아져 농약과 비료사용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친환경 농업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특히 매년 흙 덮개로 사용하던 비닐이 제대로 수거되지 않고 농수로 변에 방치되거나 소각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비닐 수거문제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강전일씨=과거에 비해 점점 강우량이 줄어들고 밭농사가 많아지고 산업시설과 골프장 건설 등으로 미호천 수량이 예전 같지 않다. 수량이 줄어들다 보니 미호천 둔치에 잡초가 침범해 육화 돼 가고 있다. 둔치를 이용한 친수공간 조성 등 개발행위를 금지해야 하고 미호천 주변에 더 이상의 축사와 양계장 등을 무분별하게 허가내주지 말아야 한다. 기존에 있는 축사들도 첨단 정화시설을 갖춘 특정한 지역으로 이전해 단지형으로 특화시킬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미래에 하천관리가 가야할 방향이다.

 

●미호천 유역의 수질개선을 위해서는 주민과 해당 지자체가 협력하면서 효율적인 관리 방안을 찾고 이를 시스템화 해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모든 것을 이끌어가야 하는 관의 인식변화와 의지가 중요하다고 보는데.

전숙자씨=충북 청주시 등 지자체가 미호천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과거 단순히 물을 이용하는 개념에서 뛰어 넘어 이제는 자연생태적인 측면에서 지키고 보전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더 이상의 친수공간 조성과 주변지역의 지나친 난개발은 막아야 한다. 무심천의 경우도 개발과 편리성만을 추구하다 이제 재자연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전국적으로 하천의 재자연화가 시대적인 흐름이다. 자전거 길이나 이용률이 없는 운동시설 조성보다 미호천이 갖고 있는 자연생태에 더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특히 미호천은 4대강 사업에서 비껴간 소중한 모래하천이다. 이를 지켜가는 것이 충청권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게 될 것이다. 미호천은 맑은 물과 잔모래로 이루어진 천혜의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던 하천이었다. 깨끗한 물에서만 발견되는 천연기념물 미호종개를 비롯한 토종어류와 멸종위기 등급의 야생동물들이 서식하는 곳이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개체들이 살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자연식생을 비롯해, 어류, 포유류, 조류 등 전 방위적인 자연생태전수조사가 필요하다. 자연환경, 즉 습지나 하중도, 모래톱, 둔치 등 미호천이 갖고 있는 형태적인 특징과 성질에 대한 전문가들의 연구가 이뤄져야한다. 이는 무분별한 버드나무 군락지 파괴, 둔치 초지 벌초, 불법 정치망 어로행위, 로드킬, 밀렵꾼에 의한 야생동물 포획 등을 예방하기 위한 측면에서 일차적으로 선행돼야 하는 일이다. 이와 함께 선행돼야 할 일은 민간 환경단체와 학계, 기업, 관이 참여한 미호천 유역 협의체가 구축돼 미호천 관리를 단일화해야 한다. 이러한 관리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미호천 관리의 방향이 설정될 테고 그 다음에는 시스템에 맞춰 실행하면 된다. 결국 관이 적극적으로 주도해야 할 일이다.

 

●하천 지킴이 제도가 금강유역에 도입된게 2007년이다. 하천오염행위를 계도하고 정화활동 및 생태 모니터링, 주민 환경교육, 근무 구간 전수조사 등이 주요 업무인데, 활동하며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황금숙씨=처음에는 쓰레기를 버리는 주민들에게 다가가면 화를 냈다. 하지만 충분히 설명을 해주고 주민들과 더 자주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면 주민들도 이해를 한다. 미호천 유역도 서서히 좋아지고 있다. 문제는 관이 주도하는 개발행위다. 하천 둔치에 조성한 야구장이나 게이트볼 장, 자전거 길을 관리하기 위해 제초제를 뿌리고 염화칼슘을 사용한다. 주민들은 하천오염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거꾸로 관이 나서 하천 오염원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볼 때 지킴이들이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강전일씨=지킴이 활동을 오래 하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시로 교육받고 타 지역과 연대하고 교류한다. 무엇보다 해당 지자체와 협력관계가 중요하다. 정화활동을 벌일 때 담당 구간을 혼자 하는데 한계가 있다. 환경관련 민간단체와 지자체 하천관리과 공무원들과 공동 작업을 해야 한다. 지킴이 활동 초창기에 공무원들의 잦은 이직으로 이러한 공조체계가 돼 있지 않아 어려웠다. 경력 3, 4년은 돼야 제대로 된 활동체계를 갖출 수 있다. 하천을 생태하천으로 보전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지킴이들을 1년 단위의 계약직이 아닌, 환경전문직으로 양성해 고용안정화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 주민 계도활동이나 자연생태 등 하천 전수조사 분야에서도 경력 있는 노련한 활동가들이 유리하다.

 

●미호천을 어떤 모습으로 지켜 나가는게 바람직한가.

전숙자씨=미호천은 세종시, 오송과 오창 등 신도시 근교에 위치한 핵심하천으로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사람이 많이 모여 사는 도시근교의 하천이기 때문에 하천의 수질과 자연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호천이 오염되고 생태계가 파괴된다면 주변지역 사람들의 삶도 파괴된다고 봐야 한다. 미호천 관리의 방향을 자연생태하천으로 정하고 훼손된 자연생태를 복원해 재자연화 해야 한다. 현재 미호천 유역 중 국가하천 부분은 하천둔치 농지사용 보상이 끝나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지만 지천과 지방하천 부분에는 아직도 하천 둔치를 경작지로 사용하고 있다. 현재 시급한 것은 둔치 보상을 마무리하고 둔치를 하천에 돌려줘야 한다.

무엇보다 한 국회의원이 공약으로 내세운 미호천 물길을 막아 레저시설을 한다는 등의 계획은 철회돼야 한다. 그것은 강폭이 넓고 얕은 모래하천인 미호천의 특징을 모르고 개발논리에 앞선 사람들의 발상이다. 모르고 세운 계획이라면 미호천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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