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민주행정은 신뢰행정을 전제로 한다. 행정의 신뢰성이란 행정이 국민의 이익을 위한 행정 그리고 예측 가능성이 큰 행정을 의미한다. 이 신뢰행정은 두 가지 차원, 즉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와 정부의 국민에 대한 신뢰로 구성된다.

최근 보여주고 있는 국가와 국민 간의 불신은 이 두 가지가 결합해 나타나고 있다. 먼저 국민의 정부에 대한 불신은 국가 행정의 일관성 결여를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일관성이 없어서 예측 가능한 행정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최근 공모사업으로 추진되던 국립한국문학관과 국립철도박물관 사업이 정부와 전문가가 결정하는 사업으로 바뀌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일관성을 깨뜨리면서 신뢰를 잃고 있다.

국립한국문학관은 우리나라 문학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오는 2019년까지 1만5천㎡ 부지에 총 사업비 약 450억원 내외로 건립될 예정이었다.

문학진흥법에 따라 공모사업으로 추진되는 국립한국문학관 사업은 올해 예산 10억원의 설계비를 반영하고 6월 중순 서류심사와 현장실사를 통해 후보지를 7월 중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를 유치하기 위해 전국 16개 시·도 24개 지자체 간의 경쟁이 심하다는 이유로 지난달 24일 추진 중단을 문체부가 선언했다.

똑같은 일이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던 국립철도박물관 사업에서도 일어났다. 2014년부터 국비 약 1천억원 이상을 투입해 5만여㎡에 총면적에 2만여㎡의 박물관을 건립하고자 한 국립철도박물관 사업은 공모제로 추진했다.

공모제와 함께 평가의 개괄적 기준도 제시되었다. 이러한 사업이 지난 22일 국토교통부는 지자체 간담회를 개최해 “현재 추진 중인 국립철도박물관 입지선정은 공모방식으로 추진하지 않고 올해 안에 지자체 간 과열경쟁을 최소화하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한 후 이를 바탕으로 최종 입지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모제로 추진하면서 두 사업을 위한 지자체 간 그리고 지자체 내에서 갈등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충북의 경우 국립철도박물관 유치와 관련해 제천과 오송, 그리고 국립한국문학관의 경우에는 옥천과 청주시 간에 갈등이 존재한다.

이 갈등은 그 원인에서 보면 주민보다는 사업의 추진하는 정부와 사업을 유치하고자 하는 자치단체장과 정치인들이 부추긴 것이다. 정부가 중단의 책임을 주민에게 전가하면서 공모사업 중단을 정당화하는 것은 행정에 대한 불신을 확대할 뿐이다.     

두 사업이 공모제로 추진된 것은 행정과 정부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여 사업 추진의 투명성과 개방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의 공모제 중단이 정당성을 확보하고 신뢰행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전문가 결정이 권력과 정치논리에 의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증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권력과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결정이 있었는지 묻고자 한다.

지금까지 국책사업과 정책을 정부와 전문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결과 지역 간 불균형은 심해지고, 특정 지역에 편중됐다. 공모제의 철회가 갈등을 줄일 것이라는 보장을 무엇으로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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