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와 관련하여 성주 주민들의 반발이 극심하다. 지난주에는 황교안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이 성주 주민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내려갔다가 물병과 달걀 세례를 받으면서 6시간 30분 동안이나 버스 안에서 갇혀 있었다. 이와 관련해 보수 언론에서는 대통령이 외유 중인 상황에서 국가의 최고 책임자가 유고 상황에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사드의 성주 배치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은 “전국 10여 개의 후보지를 선정했고, 수차례의 시뮬레이션과 현장 실사 등의 정밀 검토 및 비교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성주가 최적의 후보지라는 판단이 나오게 됐다”면서 불필요한 논쟁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한편 사드의 성주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 군민들은 성주에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사드 전자파 유해성에 대한 최소한의 주민안전에 대한 설명과 이해할 만한 구체적 근거도 없이 중앙정부가 힘없는 자치단체를 상대로 일방적으로 통보한 치욕의 날로 기억될 것이다”라고 했다.

이러한 두 가지 입장에 대해 197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사이먼(Herbert Alexander Simon)의 의사결정이론에 의하면 전자를 내용적 합리성으로, 후자를 절차적 합리성의 차원으로 설명될 수 있다. 전자는 모든 요인을 다 고려해 비교분석한 결과 최적지이기 때문에 성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이먼의 논리에 의하면 인간은 인지상의 한계로 최선의 결정을 할 수 없고, 단지 만족한 수준에서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실제로 사드의 성주 배치와 관련해 수도권 방어 문제, 전자파의 유해성 논란 등에서 이번 결정이 모든 요인을 다 고려한 것인지에 대해 성주 군민은 의혹의 눈을 뜨고 있다. 그러면서 성주 군민은 사드 배치 지역을 결정하면서 직접적 이해관계자인 주민의 의견 수렴이 없었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즉 절차적 정당성이 없는 결정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국가 정책에서 이와 같은 사례를 많이 보아 왔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가장 합리적 결정이라면서 일방적으로 발표한 방사능 폐기물처리장 건설이다. 정부의 내용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 안면도, 굴업도, 울진, 영덕, 부안 등 총 9차례의 결정이 주민 반발로 무산되었다.

내용적 합리성은 과정보다 결과에 초점을 두면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강조한다. 반면에 절차적 합리성을 주장하는 입장은 과정을 주장하고, 종종 소외된 집단의 권익을 강조한다. 그러나 인간의 지식은 아직도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 해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민주주의 이데올로기는 절차적 정의를 강조한다. 그러나 민주주의라도 의사결정이 빠르게 이루어져야 할 위기의 상황이라면 내용적 합리성이 더 중시될 것이다. 이에 국가정책 결정은 사실문제가 아닌 정확한 기준이 없는 가치판단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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