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요즘처럼 무덥고 습한 날씨에는 점심식사에 시원한 콩국수나 냉면이 제 맛이다. 기다리는 시간을 포함해서 30분도 채 안되어 다 먹고 식당 문을 나선다. 저녁에는 가족들과 한식뷔페에서 외식을 한다.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주부들이 더 좋아한다. 음식준비 하느라 장보고, 조리하고, 밥상 차리고, 설거지하는 노동과 시간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남은 음식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식당에서 알아서 버려준다.

2011년 독일의 다큐멘터리 영화 ‘Taste the Waste’에서는 음식물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음식물의 절반 이상이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있으며, 우리가 슈퍼마켓에서 음식품을 구입한다는 것은 팔리지 않고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비용까지 함께 지불하는 것이다. 매년 유럽연합(EU)에서는 9천만t, 1천억 유로의 음식물이 버려지고 있다. 제빵업체는 실제 소비되는 양보다 20% 이상 과잉생산하고 있는데, 독일에서 버려지는 빵을 연료로 재활용 한다면 핵발전소 1개를 폐쇄할 수도 있다고 한다. 유럽과 북미에서 하루에 버려지는 음식은 세계에서 굶주리고 있는 사람들을 3번 먹이고도 남는 양이라고 한다.

필자는 다이어트와 건강을 위해 1주일에 3~4회 12~13km를 뛰거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한다. 그런데도 뱃살이 그대로라고 주위에서 놀리긴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금방 몸무게가 2~3kg 늘어난다. 사람마다 체질적인 차이는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먹는 양이 몸에서 필요로 하는 양 보다 많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어느 식당을 가던지 손님의 건강을 생각해서 알맞게 또는 약간 모자라게 나오는 법이 없다. 못 먹고 남기더라도 푸짐하게 나와야 좋은 평가를 받는다. 자주 가는 식당에는 밑반찬을 반씩 담아달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지켜지는 일은 거의 없고, 다른 사람과 같이 가게 되면 그 마저도 할 수 없다. 남기지 않으려고 다 먹거나 아깝지만 남겨서 음식물 쓰레기를 생산한다.

식욕은 수면욕, 성욕과 함께 인간의 3대 욕구 중 하나이다. 많은 음식을 앞에 두고 알맞게 또는 조금 모자란 듯이 먹으라고 하는 것은 차라리 고문에 가깝다. 그런데 이 즐거운 고문을 겪고 있는 이 순간에도 지구 반대편의 아프리카에서는 미량 영양소인 비타민 A가 부족해 5세 미만 아동 300만명이 영구적으로 시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전 지구적 공동체 의식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어디에서 누가 어떻게 생산했는지 모르는 식재료들과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 내듯이 만들어지는 닭, 돼지, 소들과 이로 인한 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대장균, 광우병 등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거기다 몬산토 같은 거대 공룡기업들이 만들어내는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의 문제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정보는 인터넷에 너무도 많이 잘 나와 있는데도 왜 우리는 바꾸지 못하는 것일까? 농가, 축산업자, 몬산토 같은 기업들에게 소리를 질러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모두들 그냥 체념하면서 차라리 즐기는 쪽을 선택하는 것 같다.

그렇게 체념하면서 살아야 하는 걸까? 그건 너무 슬프고 화가 나는 일이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 어떤 큰 외침 보다는 식당에서 밑반찬을 반씩 담아달라고 요구하는 것부터 “반찬 주세요” 대신에 “반만 주세요”라고 요구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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