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가 시작된 전국의 지방의회가 시끄럽다. 기초·광역 가릴 것 없이 원 구성을 놓고 벌이는 각종 추태가 막장 드라마에 버금간다. 충청권 지방의회도 의장 선출과 상임위원장 자리 배분에 따른 후폭풍으로 파열음이 심각하다. 특히 대부분의 갈등이 다수당의 어설픈 정당정치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지방의회의 구조적인 수술이 불가피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대전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의원은 ‘원 구성의 원칙과 약속'을 강조하며 10일 단식에 돌입했다. 의장 선출 과정에서 다수당인 더민주의 내분으로 의원 총회에서 단일 후보로 결정된 권중순 의원이 아닌 김경훈 의원이 의장에 선출된 것에 대한 항의다. 세종시의회도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 다수당인 더민주의 분열로 원 구성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충남 천안과 아산시의회는 상임위원장 자리를 다수당인 더민주가 독식하다시피 하면서 새누리당의 반발로 파행을 겪고 있다.

충북도의회는 다수당인 새누리당의 내홍으로 의원들이 양분된 가운데 어렵게 원 구성을 마무리했지만 상임위원장 배분에 불만을 품은 계파간 마찰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계파 정치가 장기화될 경우 충북도의회의 남은 2년의 의정활동도 험로가 예상된다. 충북 보은·옥천·영동군의회도 다수당인 새누리당의 내분으로 의장 선출에 잡음이 일며 탈당 의원이 생겨나는가 하면 상임위원회 구성을 놓고 여야 갈등을 빚었다. 제천시의회도 상임위원장직을 두고 새누리당 의원 간에 대립각을 세웠다.

풀뿌리민주주의를 표방하며 탄생된 지방자치제는 어느덧 20년이 넘었다. 세월의 흐름에 비추면 이젠 질적 수준도 높아질 만한데 작금의 현실은 실망스럽고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폐해가 더 많은 정당공천제가 자리잡고 있다.

애초 없던 정당공천제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정당 책임정치를 실현한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지방의회는 정당논리에 매몰돼 주민은 안중에도 없다. 어떤 인물이 어떤 역할에 적격한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당리당략에 따라 자리가 배분되고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에 목매다는 부작용만 낳고 있다. 지방의원은 국회의원의 선거운동은 물론 각종 행사에 동원되기 일쑤다.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는 애초부터 지방자치의 근간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중앙 정치권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했기에 2012년 대선에서는 여야 모두 기초의원 공천폐지를 공약했다. 후안무치하게도 선거가 끝나면서 없던 일처럼 돼 버렸지만 정치권은 이제라도 정당공천제를 손봐야 한다.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금배지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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