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금강 전문가 김종술씨(오마이 뉴스 시민기자)

▲ 축산폐수 냄새가 심하게 나는 미호천 물을 직접 먹어 맛을 보는 김종술기자. 정화시설을 갖춰 폐수를 방류한다면 모래하천의 정수기능으로 미호천은 되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종술씨는 

2009년부터 금강 관련기사 1003건…4대강 사업 실체 알려

2014년 큰빗이끼벌레 존재 최초 보도…SBS 물환경대상 수상

 

모래에 막혀 세종보 수문 개방 불가…물폭탄 안고 있는 형국

토사 유입 감당 못해 매년 문제 반복…세금먹는 하마로 전락

하천 특징 무시·시뮬레이션 없이 주먹구구식 공사…재앙 우려

4대강 사업 이후 가장 큰 문제는 금강 상류 모래톱의 육지화

야생동물 살 수 없고 외래 동식물 대거 유입…토종식생 파괴

미호천, 축산폐수 오염 심각…하천 특성상 수질 회복 희망적

 

“전국 4대강이 소중하지 않은 강이 없지만 그중 금강은 여러 가지 면에서 중요하다. 우선 금강(金江)이라는 지명부터, 금빛 모래를 상징하는 쇠금(金)자를 사용하는 유일한 강이라는 점과 한반도 허리를 밑에서 위로 흐르다 다시 아래로 흐르는, 사람의 허리가 굽은 모양으로 천리 길을 흐르는 모양이나, 때문에 한반도의 중심 축 역할을 한다는 점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특징을 갖고 있다. 금강의 제1지천으로 금강으로 유입되는 모래의 70%를 감당하고 있는 미호천은 금강을 존재하게 하는 제1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미호천이 없으면 금빛 모래강인 금강이 존재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런 금강이 최근 금강다움을 잃어가고 있다. 미호천과 만나는 합수부(세종시 연서면, 부강면)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바다같이 드넓은 모래벌판으로 이루어졌으나 4대강 사업일환으로 건설된 세종보로 인해 모래사장이 육지화 돼 가고 있다. 생태계파괴는 물론 수질 역시 4급수 내지, 5급수로 떨어져 큰빗이끼벌레가 출현하고 8cm두께의 녹조가 형성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금강의 환경 변화에 가장 민감한 하천이 미호천일 수밖에 없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 공주시에 머물며 금강 곁을 지키고 있는 금강전문가 김종술(50)기자를 미호천과 금강이 만나는 합수부에서 만났다. 전남 장성군에서 태어나 서울서 생활하던 그는 공주시로 들어와 지역신문인 ‘e-백제신문’을 창간하고 지역의 여러 현안에 대해 남들보다 한걸음 더 다가가는 기사를 썼다. 2009년 4대강 사업을 추진하던 당시 정부가 대운하건설 홍보를 위해 공주여고 학생들을 이용하는 것을 보도하기 시작하면서 4대강 사업의 실체에 대해 알게 됐다. 그 후 금강 공주 돌보를 파괴하고 세종보를 설치하느라 금강의 물고기 60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처음 공주에 왔을 때 금강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때만 해도 4대강 사업이 강의 모습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예측할 수 없었다. 공사가 시작 되자마자 강의 생태계가 순식간에 파괴되는 것을 보고 더 망가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기사가 나가면서 신문사의 광고수익이 줄어들고 기사쓰기와 회사 운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서 그는 금강을 택했다. ‘e-백제신문’은 결국 후배들에게 넘기고 독불장군처럼 오마이 뉴스 게릴라 기자가 됐다. 어느 신문사에 정식으로 소속되지 않은 자유로운 신분으로 맘껏 기사를 쓸 수 있었다. 한 가지 원칙을 지켰던 것은 현장을 반드시 확인하고 미더우면 수십 번이라도 반복해서 가보고 기사를 완성해 왔다. 그렇게 해서 현재까지 금강관련 기사만 1천3건을 썼다. 그중 2014년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4대강 사업의 재앙? 흉측한 벌레가 들끓는 금강’을 처음으로 보도하면서 금강에 등장한 큰빗이끼벌레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으로 알렸고 이를 계기로 2014년 SBS 물 환경대상 시민사회부문상을 수상하고 오마이 뉴스가 선정하는 올해의 기사상 등을 수상했다. EBS 하나뿐인 지구 코너에서는  ‘4대상 사업이후 금강, 김종술 기자의 1만 4천400분의 기록- 금강에 가보셨나요’를 지난해 제작, 방영됐다. 금강의 변화를 빠짐없이 기록하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금강의 실체를 알리고 그 안에서 금강을 되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가고 있는 셈이다. 그와 함께 금강과 미호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금강에 유입되는 모래의 70%가 미호천이 담당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보 설치로 인해 그 많은 모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세종보 설치 이후 미호천에서 유입되는 모래가 흘러나가지 못하고 갇히게 돼 수문이 안 열렸다. 수문근처에 토사가 쌓여 유압실린더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16개의 수문을 6개로 줄였지만 상류에서 유입되는 토사를 감당할 수 없어 매년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부는 합수부 지점에 10여개의 거대한 웅덩이 준설작업을 실시했다. 하지만 일년 만에 그 웅덩이가 도로 메워졌다. 결국 예산만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보를 건설할 당시 미호천이나 금강의 특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데다 공사 중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종보 자체가 세금 먹는 하마인데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물 폭탄을 안고 있는 형국이다. 수문을 완전 개방하지 않으면 언젠가 큰 재앙이 될 것이다. 세종보 뿐 아니라 금강에 설치된 공주보, 백제보에도 모래가 사라졌다. 유속이 느려져 모래가 퇴적층으로 쌓여 시궁창 같은 벌흙으로 변했다. 이런 환경에서는 용전산소가 고갈돼 생물이 살 수 없어 실지렁이와 붉은깔때기가 기승을 부리게 된다. 모래가 빠져 나갈 수 있도록 결국 수문을 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금강 보에 수문을 닫아놓을 이유가 없다. 농번기 때는 수문을 잠시 닫더라고 평상시에는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수문을 여는 일이 상류인 미호천 등의 홍수피해를 예방하고 수질 오염을 막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4대강 사업 일환인 보 설치로 금강의 생태계도 위협을 받고 있는데, 더 이상의 파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호남선 KTX가 지나는 금강주변에는 천연기념물 수달의 대량 서식처였다. 하지만 대규모의 모래톱이었던 하중도가 육지화 돼가고 둔치에 오토캠핑장이 들어서면서 일대의 생태계가 파괴됐다. 철새가 오지 않고 야생동물이 사라졌다. 4대강 사업 이후 가장 큰 문제는 금강 상류 모래톱의 육지화다. 새와 야생동물들이 살 수 없고 가시박 등 외래종이 대거 유입돼 토종식생이 파괴됐다. 둔치의 초지를 밀면 망초와 아카시아가 바로 점령해 강의 생태계를 교란시킨다. 친수공간 조성을 이유로 금강 둔치에 수많은 베롱나무, 소나무, 단풍나무 등을 심었지만 대부분 고사됐다. 자연식생을 외면하고 강의 성질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민들에게 혜택을 주기는커녕 강만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환경을 파괴하고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겠는가? 미호천이나 금강 어디를 가나 접근금지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실제 금강에 들어갈 경우 바닥이 벌이 돼 매우 위험하다. 그래놓고 친수공간을 조성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강에 새와 곤충, 야생동물이 살 수 있어야 하고 아이들이 물에 들어가 맘껏 수영하고 놀 수 있어 한다. 하루빨리 강의 재자연화를 이루는 것이 더 이상의 혈세 낭비, 자연파괴를 막는 길이다. 강의 재자연화를 미룰 경우 국민의 혈세만 천문학적인 숫자로 낭비될 것이다.”

 

●급여 없이 기사의 후원 수익이 전부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강 곁을 지키고 있는 힘은 무엇인가.

“특정한 회사에 묶이면 기사를 자유롭게 쓸 수 없다. 기사로 인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고 결국 동료들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다 쓰고, 기름 값이 떨어지면 대리기사나 일일노동자로 일해 기름 값을 벌어 금강으로 나가기를 반복한다. 시작을 했기 때문에 강이 좋아지는 것을 볼 수 있을 때까지 해야 한다는 고집이 생겼다. 어린 시절 고향 장성에 시멘트 공장과 채석장이 있었고 아버지가 그곳에서 일하다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당시 마을 사람들 여럿이 아버지와 같이 돌아가셔서 마을사람들이 산재판정을 받기 위해 긴 시간동안 법정싸움을 하셨다. 10년 만에 산재판정을 받았다. 피해자들이 모두 돌아가시고 나서 받은 판결에 허무한 생각도 들었지만 의당, 정선 등 전국에 비슷한 일이 있는 곳에 다가가 연대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마찬가지로 환경운동은 하루아침에 결론이 나지 않는다. 끊임없이 쓰다보면 주민들이 이해하게 될 테고 주민들의 열망이 모아지면 금강 보의 수문도 열릴 수 있다고 믿는다. 그 희망이 경제적인 불편함도 잊게 한다. 2014년 수중에 단돈 5천원이 있어 그것으로 빵을 사들고 금강을 걷다 지쳐있는데 처음 보는 검은 물체가 보였다. 그것을 건져 무엇인지 알기 위해 먹고 온몸에 두드러기 증세가 났다. 큰빗이끼벌레의 출현을 세상에 알려 4대강 사업의 폐해가 전국적인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됐다. 최근에는 금강에서 얼음녹조를 확인했다. 그만큼 금강오염이 심각해졌음을 의미한다.”

 

●미호천 물의 오염정도는 어떻게 보는가.

“축산폐수 냄새가 심하다. 미호천 물 오염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래하천 덕분에 2급수를 유지하고 있다. 금강의 보 수문이 열린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폐수정화시설을 제대로 갖춰 방류한다면 모래하천이라는 정화기능 덕분에 바로 살아날 수 있다. 흐르는 강은 썩지 않는다. 강이 흐르도록 하기 위해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일이 글 쓰는 사람의 책임이기도 하다. 많은 국민들이 먼발치에서 강을 보지 않고 물을 만져보고 물의 상태를 확인 할 수 있는 현장답사를 유도하는 것이 관건이기도 하다. 정부는 수문을 일단 열고 그 이후의 변화를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 무엇이든지 우리가 시도하지 않으면 강은 점점 병들 수밖에 없다. 정부와 국민이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금강 보의 수문이 열릴 때까지 금강 곁을 떠날 수 없다.”

그는 오늘도 금강으로 향한다. 때로는 독사에 물리거나 금강 바닥 벌에 빠져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기기도 하지만 강의 이야기를 글로 쓰기 위해서는 언제나 강 곁에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합수부 미호천 물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그는 미호천 물을 손에 받아 직접 먹어보았다. 그만의 탐사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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