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철 행복나눔협동조합 대표이사

근래 들어 우리 집에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즉, 아내와 나는 물건을 찾다가 시간을 자주 허비한다. 분명히 잘 둔 것 같은데 막상 찾으면 없다. “여보 내 차키가 없네요. 혹시 당신이 다른데 치웠소?” “차키라니요? 난 운전도 못하는데 저한테 차키를 물으면 어떻게 해요. 차키는 늘 두던 바구니에 있겠죠. 잘 찾아보세요. 당신도 나이가 들기는 들었나 봐요. 왜 그리 잊어버리는 것이 많은지.” “글쎄, 바구니에도 키가 없어서….”

친구와 만날 시간은 자꾸 다가오는데 차키를 찾다가 결국은 포기하고 택시를 타고 갔다. 약속장소에 외서 택시비를 내려고 지갑을 찾으니 아불싸! 그렇게도 찾던 자동차 키가 지갑에서 ‘툭’하고 떨어진다. “아하, 키가 여기 있었구나. 그런데 이 키가 왜 여기에 있자.” 아무리 기억을 하려고 해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니 기억을 하려고 하면 기억은 자꾸만 숨는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아니 왜 택시를 타고 오나? 자네 자동차가 고장이 났는가?” “어허, 그게 좀 그렇게 되었다네. 자네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근래 들어 자꾸 기억력이 감퇴 되는지 물건을 찾지를 못하네”하며 오늘 있었던 일을 설명하자 친구는 크게 웃는다. “그래도 자네는 나보다 낫구만. 난 그런 일이 벌써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네. 이러다가 마누라 얼굴도 잊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네. 하기야 우리 아버지 세대와 비교하면 벌써 우리는 이 세상 하직 했어야 되는 것 아닌가? 우리 집은 환갑까지 사셨던 분들이 거의 없었다네. 그런데 나는 벌써 환갑을 지냈으니 장수한 것이지. 허 허 허“

친구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우울하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인데, 그리고 육체적인 변화 역시 당연한 일인데 왜 이리 착잡할까? 이 역시 욕심에서 오는 일 중 하나 일게다. 늙지도 말고 늘 젊어지고 싶은 욕심. 그래서 진시왕은 불로초를 찾아오도록 많은 신하들에게 명령했겠지.

집에 다가오는데 손 전화가 울린다. 아내의 전화다. “여보, 마트에 와 있는데 현금 영수증을 할려고 하니 갑자기 지혜 전화번호가 생각이 나지 않아서 그러는데 전화 전화번호 좀 알려 주세요.” “나도 기억하지 못하오. 찾아서 전화하리다. 아참 당신 휴대전화기에도 입력이 되어 있을 것 아니요?” “어머머 내 정신 좀 봐. 여보, 알았어요.”

며칠전에 신문사에 큰 실수를 하였다. 아니 이 역시 나이 듦으로 생기는 현상이다. 5년 동안 한 번도 없었던 일인데 그만 제 날짜에 원고를 써서 신문사에 보내야 하는 일을 잊어버린 것이다. 다행히 신문사의 기지로 잘 해결 되었지만 그 일로 인하여 다시금 많은 생각을 해본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말을 다시 음미하면서 이젠 기고도 서서히 그만 두어야 할 때가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래 오랫동안 썼지. 이제 그만 쉬어야지”하는 말이 가슴 저편에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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