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빈 점포·원룸 남아돌아

‘권리금 500만원, 보증금 3천만원, 월세 50만원. 매매 가능’

얼마전까지만 해도 생활정보지나 부동산중개업소 게시판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점포 임대 안내 광고다. 그러나 최근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이같은 문구를 찾아보기 어렵다.

주요 상권은 물론 주택가 등지에도 임대가 안돼 빈 점포가 남아돌고 있는 상황에서 권리금을 요구한다는 건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권리금을 받기는커녕 아예 기존 영업을 하던 물품이나 시설을 공짜로 그냥 넘겨주는 사례도 적지 않다.

월세도 제대로 내지 못할 만큼 장사가 안돼 앉아서 돈만 까먹느니 점포를 넘기는 게 오히려 ‘돈버는 일’이란 생각에서다.

청주지역 주요 상권인 성안길에서 5년간 음식점을 경영해 온 김모씨(58)는 최근 들어 하루 30만원 매출을 올리기에도 벅차 가게를 내놓았다.

한창 때는 하루 100만원 이상 매출을 올렸으나 지난해 말부터 손님이 뚝 끊기면서 월세조차 제때 내지 못한 채 보증금만 까먹고 있는 처지다. 김씨는 5년 전 가게를 인수할 때 적지 않은 권리금을 줬으나 점포를 내놓으면서 권리금을 받을 엄두를 내지 못해 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을 봤다.

신흥 상권인 하복대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년여 전에 수천만원의 권리금까지 주고 호프집을 인수했던 강모씨(42)는 올들어 장사가 너무 안되는 바람에 가게 문을 닫은 채 가게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물론 ‘점포 임대. 권리금 없음’이다. 몇 년 전부터 대학과 유흥가 주변에 난립 양상마저 빚던 원룸 임대도 100만-500만원 선이던 보증금 없이 월세만 선불로 받는 형태가 늘고 있다.

박모씨(48·청주시 흥덕구 복대동)는 원룸 임대가 수익이 좋다고 해서 빚을 내 원룸 15개로 꾸민 4층짜리 건물을 건축했으나 15개 원룸 가운데 절반 정도인 7개가 비어 있다. 그나마 3개 원룸은 보증금없이 월세만 선불로 받고 있다. 빈 방으로 놀리느니 보증금을 받지 않고라도 임대를 놓는 게 낫다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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