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미호천 물길 89.2km답사를 마무리하며(충북 음성군 삼성면 양덕리 마이산~세종시 연동면 합강리 금강 합수부)

▲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 미호천에 위치한 충북도 유형문화재 제28호 진천 농다리. 미호천의 전 구간 중 가장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유지하고 있지만 정작 농다리 아래를 흐르는 물은 심하게 오염돼 있다.

도랑·지천 수질 정화시설 필요

콘크리트 제방·보 철거해야

자전거 길·친수공간 위치 변경해야

자연생태·환경 전수조사 선행돼야

미호천 관리 창구 단일화해야

지난해 6월 말부터 시작된 미호천 89.2km 물길답사 연재가 꼭 1년 만에 마무리됐다. 유역면적 1천 855㎢의 미호천은 백곡천, 초평천, 보강천, 무심천, 병천천, 조천 등 54개의 지방하천 지류가 만나 형성되는 큰 물줄기로 음성군, 진천군, 괴산군, 안성시, 천안시, 청주시, 세종시 등 7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연계돼 있다. 충북 음성군 삼성면 양덕리 마이산 미호천 발원지를 기점으로 미호천이라는 지명이 시작되는 삼성면 모래내를 거쳐 진천군 농다리, 오창읍 보강천 합수부, 청주시를 관통하고 세종시 연동면 합강리 금강합수부까지 이어진다.

장마철인 여름에 첫 답사를 시작했지만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이 심했다. 다행히 올해는 몇 차례의 굵직한 비가 내려 물길이 제법 물길다운 모습을 갖추고 있다. 1년 4계절을 고루 접한 결과 미호천은 아직까지 물길의 속성을 완전히 잃지 않아 물길의 제 모습을 찾는 일이 희망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일부 구간은 제방 둑이 고속도로처럼 정비됐지만 정비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구간이 남아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 물길 중간 중간에 자연스럽게 생긴 늪이나 하중도, 여울, 모래톱, 버드나무 군락지 등 하천이 갖고 있는 형태적인 특징과 고라니와 족제비, 수달, 너구리, 큰고니, 독수리, 꿩 등 야생동물들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미호천 유역 주변에 도시가 발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자연생태 측면의 야생성이 남아있는 것이다.

이처럼 형태적인 특징과 야생성을 갖춘 물길의 속성을 잃지 않은 물길이 전국에 흔치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미호천유역을 어떻게 관리하고 보전해야 할지 방안을 찾는 일이 시급해진다. 1년여의 답사를 마무리하며 미호천 유역 관리측면에서 우선 절박하게 감안해야 할 점과 해당 자치단체, 주민, 환경단체가 함께 고민해야할 방안들을 제안한다.

첫째, 물길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수질악화’를 막아야 한다. 일차적인 하천 오염원은 미호천 본류로 흘러드는 상류지역의 도랑이나 지천의 오염이다. 농촌마을에서 배출하는 생활폐수와 축산농가, 인근 공장의 오폐수 등이 정화되지 않고 도랑이나 지천을 타고 미호천으로 마구 유입되고 있다. 미호천 물길 복원을 위해서는 이들 작은 하천의 오염을 먼저 막을 수 있는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마을단위 혹은 축산농가, 공장 등에 오폐수정화 시설 설치와 관리 감독, 주민계도 활동 등이 필요하다. 충남도의 경우 몇 년 전부터 도랑살리기 사업을 정책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미호천 유역 자치단체 역시 부분이 아닌, 전 구간의 도랑에 대해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둘째, 콘크리트를 이용한 하천정비사업을 멈춰야 한다. 미호천 상류인 음성군 지역의 물길이 어느 구간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 구간에 유독 수질오염이 심각한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콘크리트를 이용한 제방정비공사와 콘크리트 보의 과다 설치다. 음성군 대부분의 구간이 콘크리트를 이용해 하천정비를 고속도로처럼 직선화시켰다. 물길의 자연정화 기능을 염두에 두지 않은 공법이다. 물이 자연정화 기능을 상실해 외부에서 유입되는 오폐수가 보 등 물길에 갇혀 썩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음성군 구간에 보가 실제 필요한 개수보다 많이 설치돼 있을 뿐더러 돌을 이용하지 않았다는 점은 물 오염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시멘트 보를 돌보로 변경하는 일이 절실하다.

셋째, 자전거도로 및 친수공간은 제방 위나 하천밖에 조성해야 한다. 4대강 사업 실시 이후 전국 하천에 자전거 도로와 친수공간이 지나치게 범람해 물길의 주된 오염원이 되고 있으며 자치단체 혈세 낭비의 주범이 되고 있다. 미호천 둔치에도 자전거 길과 친수공간이 곳곳에 조성돼 있다. 이로인해 겨울철 제설작업 등으로 인한 오염, 야생동물의 서식처 파괴, 이용객 저조로 인한 조경 및 체육시설 관리에 드는 혈세 낭비 등을 초래하고 있다. 미호천은 모래하천이라는 특징이 있어 다른 어떤 하천보다 둔치가 발달해 있고 하천 폭이 넓어 제방 둑 위에서 바라봐야 물길의 아름다운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자연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측면에서도 자전거도로는 제방위로 옮겨져야 하며 친수 공간 조성이 필요할 경우 하천 밖의 부지를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미호천 물길 전 구간에 대한 자연생태 및 자연환경 전수조사가 필요하다. 미호천은 맑은 물과 잔모래로 이루어진 천혜의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던 하천이었다. 깨끗한 물에서만 발견되는 천연기념물 미호종개를 비롯한 누치, 참마자, 모래무지 등 토종어류와 멸종위기 등급의 야생동물 수달을 비롯해 족제비, 너구리, 삵 등 포유류, 큰고니, 독수리, 메, 황조롱이 등 다양한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개체들이 살고 있는지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자연식생을 비롯해, 어류, 포유류, 조류 등 전 방위적인 자연생태전수조사가 필요하다. 미호천의 자연환경, 즉 습지나 하중도, 모래톱, 둔치 등이 갖고 있는 형태적인 특징과 성질에 대한 전문가들의 연구가 필요하다. 이는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는 버드나무 군락지 파괴, 불법 정치망 어로행위, 로드킬, 밀렵꾼에 의한 야생동물 포획 등을 예방하기 위한 측면에서 일차적으로 선행돼야 하는 일이다.

다섯째, 지자체 안에서 미호천 유역관리 창구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 미호천 물길 89.2km를 관리하는 자치단체가 지역마다 제각각인데다 지방하천과 국가하천으로 나눠지는 구간으로 인해 담당부서도 나눠져 있다. 이로 인해 물길관리 행정의 일관성이 없다. 예를 들면 청주시가 하천에 자생하고 있는 버드나무 군락지 벌목사업을 벌일 경우 구간별로 서로 다른 부서에서 진행하면서 상호간에 협업이나 공유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버드나무가 무분별하게 벌목되는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미호천 전체 유역을 관장하는 창구가 하나로 집중될 필요가 있다.

여섯째, 민·관·산·학으로 구성된 미호천유역협의체가 구축돼야 한다. 미호천 유역이  7개의 자치단체가 연계돼 있는 만큼 해당 모든 지자체와 주민, 기업, 환경 등 전문학술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광범위한 미호천 유역협의체 구축이 필요하다. 수원시 등 전국 일부 자치단체의 경우 민·관·산·학으로 구성된 하천유역관리협의체가 구축돼 하천관리에 관한한 모든 것을 관장하고 계획하고 실행하는 주체가 되고 있다. 현재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는 미호천 관리를 하나로 통합해 수질개선을 위한 관리감독, 교육에서부터 무분별한 하천정비공사,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한 자연생태·환경 전수조사 등이 이 유역협의체를 중심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략 제언한 여섯 가지의 항목들은 미호천 관리에 있어 가장 기본이며 무엇보다 선행돼야할 요건들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호천 유역 7개 자치단체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 

(취재지원 미호천 지킴이 전숙자·강전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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