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편성을 놓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감사원이 이들 기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17곳 시·도 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법적 의무가 있고, 대부분 예산 편성을 위한 재원도 충분하다는 게 골자다.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또는 일부 편성하지 않은 11곳의 시·도교육청 중 9곳은 충분한 재정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충북도의회의 강제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6개월치만 편성한 충북교육청도 전액편성이 가능하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감사원은 충북교육청의 여유재원을 661억원으로 계산했다. 1년치 예산 중 6개월치 642억원을 덜 편성한 충북교육청이 재원 부족을 주장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순세계잉여금·지자체전입금 등 추가세입을 활용하고, 과다편성된 세출예산(인건비·시설비)을 조정하면 얼마든지 전액편성할 수 있다는 게 감사원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 같은 감사 내용은 그동안의 교육부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교육청의 반발과 정치적 논란이 예상된다.

충북교육청은 현재 누리과정 예산을 포함한 올해 제1회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미루고 있다. 보통 1회 추경은 4월에 짜는데 미루고 미룬 끝에 7월 7일 개회하는 충북도의회 임시회 때 상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충북교육청이 이렇듯 추경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오로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 때문이다. 하반기 7∼12월 유치원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추가 편성해야 하는데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전액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온 김병우 교육감으로서는 난제일 수밖에 없다.

이번 감사원의 발표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재원 부족으로 부채가 늘어만 가는 시·도교육청의 하소연은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고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인다고 해서 교육감들이 태도를 바꿀 리가 없다. 이래서는 갈등만 커질 뿐이다.

무상보육은 저출산 현상을 막고 젊은 부부들이 마음 놓고 애를 낳도록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만 5세를 대상으로 시작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2013년 확대됐다. 때문에 민선 교육감 대다수는 누리과정의 예산 책임이 중앙정부에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재원이다. 정부와 교육청의 대립도 부족한 예산을 서로 떠넘기는 과정에서 발생된 셈이다. 서로가 억지만 부려서는 사태는 꼬여가고, 피해는 아이와 부모가 받을 것이다. 누리과정은 이제 포기할 수 없는 정책이 됐다. 교육청은 가용재원이 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하고, 정부는 근본적이고 지속 가능한 재원 마련 방안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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