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천 가로지른 철교들, 국토 중심축 상징
미호천 가로지른 철교들, 국토 중심축 상징
  • 김정애 기자
  • 승인 2016.05.16 1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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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국가 주요 철도 지나는 미호천, 통일 위한 마중물 될 것
(궁평리 미호철교~스물두강다리 미꾸지)
▲ 사진 왼쪽부터 세종시 번암리와 예양리(미꾸지마을)를 잇는 스물두강다리(경부선과 호남선 국철), 오송읍 궁평리 충북선이 지나는 미호철교, 오송역 분기역을 지나는 KTX 경부선과 호남선.

노을 아름다운 ‘미곶’…미호천 지명 유래 추정

서쪽으로 굽은 지형때문에 붉은 노을 감상 가능

주요 철도, 궁평리~스물두강다리 사이에 집중

“미호천 유역, 많은 국가 기능 수용하기 좋은 곳”

미호천 물길을 걷다보면 해가 저물기도 한다. 해가 짧은 12월, 점심때가 지났는가 하면 바로 어스름해지는 저녁을 맞이한다. 날이 좋으면 어디서든 지는 해를 바라볼 수 있지만 눈이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이 많은 겨울에 빛 좋은 노을을 구경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물길 양쪽으로 평야가 많은 미호천에서는 산등성이 너머로 지는 노을을 구경하기는 더 어렵다. 하지만 이 같은 미호천 물길에서도 노을을 그럴듯하게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몇 곳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미호천이라는 지명이 유래된 미꾸지 마을(세종시 연동면 예양리)이다.

미호천 물길 우안을 따라 조천과 만나는 조치원읍 번암리 스두강다리에서 깊숙이 들어온 미꾸지마을 산등성이를 넘어 월하리로 이동하는 저녁노을을 볼 수 있다. 한 낮 뜨거운 태양이 만드는 물빛의 찬란함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온유해진다. 좀 더 시간이 흐르면 태양은 온유함과 다른 또 다른 빛을 내어준다. 때로는 잿빛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몽롱한 보랏빛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용광로 같은 붉은 빛이 되기도 한다. 이 다양한 빛이 물위에 드러날 때 색채는 무한한 변신을 꾀한다. 짙어지거나 흩어지거나. 해가 뜰 때는 지평선에서 맞이할 수 있지만 해가 질 때는 어김없이 산등성이에서 배웅해야 한다. 물길에서 월하리로 넘어가는 해를 배웅할 수 있었다.

스물두강다리 아래서 저녁의 노을빛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지리적인 특징 때문이다. 예양리는 물길의 전체 모양이 번암리 쪽으로 사람이 주먹을 불쑥 내민 것처럼 ‘ㄷ’자 형으로 깊숙이 굽어 들어와 있다. 그래서 이곳의 지명이 ‘미곶(미꾸지)’이고 현재 미호천의 이름이 여기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설이 있다. 미호천 구간 대부분의 물길이 남서로 향하고 있는데 반해 이곳 미꾸지에서는 서쪽으로 깊숙이 굽었다 다시 남서로 향한다. 굽은 지형덕분에 물 위를 붉게 물들이는 노을을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꾸지로 넘어가는 노을을 볼 수 있는 스물두강다리는 다리의 기둥이 스물 두개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철교는 우리나라 기찻길의 역사를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철교가 놓인 초창기에는 조치원에서 대전으로 통학하는 학생들이 길가에서 마구잡이로 올라타 사고도 많았던, 애환이 있는 철교다.

오송읍 궁평리에서 부터 스물두강다리 사이에는 우리나라의 중요 철도가 모두 지나간다. 궁평리 미호철교는 서울에서 시작돼 조치원과 오송, 제천을 잇는 충북선이 지나고, 새롭게 신설된 오송역을 기점으로 KTX 경부선과 호남선이 오송읍 오송리 미호천을 건너 강내면 태성리를 지나며,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경부선과 호남선이 세종시 조치원읍 번암리 미호천을  건너 예양리를 지난다. 한반도 중심 철도가 이 구간에 집중돼 있다. 

 오경섭 한국교원대 지리교육과 명예교수는 이 같은 미호천의 지형적 특징에 대해 “전국적 시야에서 미호천 유역을 바라보았을 때 미호천 유역은 미호평야(청주시 일대)에서 진천~증평~음성~충주~제천에 이르는 중부내륙 평야지대 서쪽 말단부에 해당하며 중부 내륙 평야대는 동북~서남 방향으로 배열된 대보화강암대를 따라 선상으로 배열된 분지 및 곡저평야들로 구성된 자연적 단위”라며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긴 평야지대를 형성하고 있어 우리 국토에서 가장 연속성이 높은 동서 생활공간 축으로 인구 부양력이 높고 인간이 생활하기에 유리한 중요 생활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호남·영남·태백산지역 및 동해안으로 통하는 사통팔달의 국가 간선교통망이 만나는 지리적 결절지로 국가의 많은 기능을 수용하기 좋은 곳”이라고 밝혔다.

모든 길은 미호천으로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의 중심축이 될 수 있는 이 구간을 활용한 철도산업에 대해 충북도도 새롭게 접근하고 있다. 미호천 유역이 갖고 있는 지형적 특성을 미래지향적으로 분석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충북도가 철도건설 사업을 최대 현안으로 삼기로 했다. 충북 철도 30년 대계에 충북을 관통하는 국가 X축 고속철도망을 활용해 중국 횡단철도(TCR),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연계하는 실크레일 건설을 포함해 한반도가 세계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고대 실크로드를 재현한다는 취지의 실크레일 건설을 매우 긍정적인 시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충북이 정부의 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충북 관련 철도 사업 4건이 신규 반영됐다. 신규 사업은 조치원~봉양 82㎞ 충북선 고속화, 평택~오송 47.5㎞ 경부고속철도 복선화, 수서~광주 19.2㎞ 복선전철, 신탄진~조치원 등 충청권 광역철도 2단계 사업 등이다. 이와 함께 원주~제천 44.1㎞ 중앙선 복선화 등 충북 관련 6개 기존 사업도 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됐다.

사업이 완료 될 경우 충북은 전국을 사통팔달로 연결할 수 있는 철도중심지가 된다. 충북도가 표방하는 ‘실크레일’이 현실화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고속화한 충북선을 발판으로 향후 충주~강원~평양을 잇는 철도를 건설한 뒤 이를 중국 등 유라시아 대륙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이 결코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이는 일이다.

충북이 철도건설 사업에 사활을 거는 일은 통일시대를 대비한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본다. 성공여부는 통일시대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충북의 의지와 정부와 함께 어떻게 박자를 맞춰 가느냐에 달려 있다. 어쨌든 미호천 위로 북한 땅을 지나고 중국대륙을 넘어 유럽으로 이어지는 실크레일이 지나가는 날을 고대해볼 참이다.

이날 답사한 스물두강다리에서 연기면 번암리 사이에는 미호천의 마지막 지천인 조천이 합류한다. 조천은 세종시 전의면 다방리에서 발원해 금사리와 양곡리, 신흥리를 거쳐 조치원과 천안을 잇는 국도가 지나는 개미고개를 휘돌아 흐르다 오송읍 심중리서 모시울 다리를 지나고 조치원과 오송읍 상봉리의 경계인 조천 1교 아래를 흐른다. 이어 조천은 청주시와 조치원을 잇는 36번국도 조천교(중봉리다리) 아래로 흘러 조치원 읍내를 감싸고돌며 세종시 조치원읍 죽림리를 지나 번암리에서 미호천과 합류한다.

이 구간에 대한 답사는 지난 6일 다시 이뤄졌다. 12월 답사에서 우안을 따라 갔기 때문에 좌안인 예양리를 둘러보지 못했다. 5월에 간 예양리는 농사철로 농부들이 분주했으며 연로한 노인들 몇 분을 만날 수 있었다. 미꾸지 마을은 오래전에는 40여 호가 살던 마을이었지만 현재는 절반인 20가구로 줄었다고 한다. 미꾸지 마을의 유래에 대해 물었지만 이날 만난 할머니들은 왜 미꾸지라 불렀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했다. 문헌에 따라 ‘미곶’이 변형됐거나 마을 앞 실개천에 미꾸라지가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마을 입구에는 향토유적 제1호인 ‘밀양박씨 오충 정려각이’가 있다. 이 정려는 임진왜란 때 의병으로 활약하다 상당산성에서 전사한 박천봉(1545~1592)과 병자호란 중 전사한 그의 네 아들 원겸, 인겸, 예겸, 의겸의 충정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박천봉은 1592년에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그의 스승 조헌이 거느린 의병과 함께 전쟁터로 나아갔다. 왜적에 대항해 힘을 다해 싸웠으나 적의 화살에 맞아 전사했다. 박천봉의 용기 있는 죽음으로 의병들은 다시 힘을 얻어 다음날 청주성을 탈환하게 되었다. 임진왜란이 시작된 이후 왜적의 기세를 꺾은 첫 승리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그의 네 아들 역시 1636년에 일어난 병자호란에서 싸움의 선봉에 섰다 검천 죽산산성에서 적병에게 포위되어 전사했다. 이 정려문은 1747년 조치원읍 월하리에 세워졌는데 1920년 현재의 위치로 옮겨진 것으로 전한다.

 (취재지원 미호천 지킴이 전숙자·강전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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