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9월 28일 이면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이 법의 첫 제안자인 김영란 전 대법관은 사법 사상 첫 여성 대법관이다. 김영란 대법관은 퇴임 후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고 대법관 경험을 사회에 환원하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선언해 관심을 받았다. 최근 전관예우에 의혹을 사고 있는 최유정 변호사의 50억원의 수임료 사건과 비교가 된다.

김영란법은 기존의 법으로 처벌하지 못하는 공직자 비리를 막기 위해 제안됐으나 3년 가까이 표류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에는 세월호의 안타까운 죽음이 큰 영향을 주었다. 세월호가 해피아, 관피아의 산물로 인식되면서 여론이 악화하자 정치권이 지난해 3월 3일 법안을 통과시켰다. 세월호 사건이 없었다면 법안이 온전하게 국회를 통과하지는 못하였을 것이다.

이 법안이 시행령안에서 3만원의 접대비, 5만원의 선물, 10만원의 경조사비로 제한함으로 농축어민과 일부 정치권에서 현실성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으로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법이 농업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며 농축산물을 법 적용에서 제외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긴급성명에서 법의 필요성은 공감하나 시행령을 그대로 집행하면 관련 농축산인이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농협은 과일 50%, 인삼 70%, 한우의 98% 이상이 5만원 이상의 선물세트로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80~90%가 승진 선물로 판매되는 난의 가격이 10만원 안팎인 상황에서 난 업자가 문을 닫는 것은 명확하다. 굴비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권익위원회의 시행령안은 관련인에게 WTO 협상과 FTA보다 더 큰 충격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농·축·수산물을 법에서 예외조항으로 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즉 농·축·수산물은 뇌물인 아닌 선물로 분류하라는 것이다. 극단적 예를 들어서는 안 되지만 지금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한우의 최대 가격은 110만원, 영광 굴비는 360만원, 표고버섯 50만원, 동양난은 50만원의 상품이 보인다. 명절에 백화점에서 20만원, 30만원하는 한우나 굴비 세트를 보는 일반인의 심정과 사회적 정의는 3만원의 접대비, 5만원의 선물도 과할 수 있다.

지금도 공무원 행동강령에 1인당 3만원 이상의 향응, 5만원의 경조사비를 규정하고 있다. 김영란법의 시행령안은 기존의 행동강령보다 후퇴한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시행령안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공직자와 민원인 사이에 음식, 선물, 경조사비를 인정하는 것 자체가 뇌물을 법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면서 반대하고 있다.

2015년 국제투명성기구에 의한 우리나라의 부패지수는 56점으로 37위를 하고 있다. 전 세계 1위는 91점의 덴마크이다. 우리 국민은 전 세계에서 1위의 국가가 되기를 원한다. 3만원, 5만원, 10만원 논쟁이 어떻게 결정되는가는 우리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이다. 덴마크의 시각에서 보면 3만원짜리 식사와 5만원짜리 호접난도 뇌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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