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얼마전 1천억원 규모의 국립철도박물관 사업 유치와 관련하여 충북도에서는 오송과 제천이 경합하여 오송으로 선정되면서 제천지역 주민들의 아쉬움이 크다. 일반적으로 박물관이라 하면 ‘문화적 또는 학술적 의의가 깊은 자료를 수집하여 그것들을 연구·교육 및 취미와 오락을 위하여 보관하고 전시하는 시설’을 의미한다. 우리가 어떤 지역을 가게 되면 일정에 박물관을 넣게 된다. 그만큼 박물관은 관광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러나 특별한 관심을 가지지 않는 한 박물관만을 보기 위해서 그 지역을 찾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인도에 있을 때 수도 델리에 있는 인도 국립철도박물관을 가본 적이 있다. 인도는 총연장 6만3천km의 철길을 하루 1만여 대의 기차가 달리면서 인도 생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에 인도 철도를 한 번에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박물관을 찾았다. 그러나 기대한 것만큼 관람객이 많지는 않았다. 우리의 의왕에 있는 철도 박물관과 같이 어린이 관람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단지 인상에 남는 것은 현재도 인도 동북부의 다질링 등에서 운행 중인 토이트레인을 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루브르 박물관과 같이 대형 박물관의 경우 유명 작품을 관람하는 평균 시간이 9초라고 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사진기가 있어서 관람하기보다는 사진만 찍는 것으로 대체하면서 관람 시간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

이처럼 박물관의 관람 시간이 줄어드는 이유는 박물관이 죽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은 매주 토요일 관람객에게 스케치북을 나눠주고 걸작들을 직접 그려보게 한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면서 명작을 더 오랫동안 대하고, 작가의 고민을 함께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영화가 유명하여 지금은 3편까지 나온 ‘박물관은 살아있다’라는 영화의 주제는 박제된 박물관이 아닌 전시물이 살아 꿈틀대는 것을 줄거리로 하고 있다. 이처럼 살아 있는 박물관 프로그램을 대형 박물관에서 운영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에 작은 개인 박물관을 가면 살아 움직이는 체험 프로그램이 많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박물관을 보는 곳으로 인식하여 체험하고 함께 공감하는 문화가 형성되지 않아서 프로그램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가 많다.

지금까지 국가나 자치단체는 박물관 하면 역사박물관만 생각하고 있다. 개인적 교육, 취미나 오락과 관련된 박물관에 대한 지원이나 활성화에는 관심이 적었다. 지금 지역에서 국립철도박물관 유치에 관심이 있는 것만큼 이 작은 벼룩 박물관에 관심을 가지고, 육성한다면 아마도 국립철도박물관보다도 더 의미 있는 박물관 자원을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큰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작은 것도 좋고, 더 아름다울 수 있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민간기업이나 단체가 또는 개인이 운영하여도 공익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 박물관이다. 박물관 설립과 운영도 다양성을 확보하여야 박물관은 살아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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