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기원전 700년 춘추시대, 주(周)나라 황실이 쇠약해지자 각지에서 제후들이 득세하기 시작했다. 그중 진(晉)나라는 화북(華北)을 중심으로 세력을 형성한 제후국이었다. 처음에는 단일 군주체제를 이루었으나 차츰 육경(六卿)이라 불리는 6명의 지방 세력들이 각각 권력을 나누고 있었다. 

1972년 중국 산동성에 있는 한 무덤에서 대나무에 글자를 기록한 죽간이 발견되었다. 이 죽간에는 기원전 490년 경 손자병법(孫子兵法)의 저자인 손무(孫武)와 오(吳)나라 왕 합려(闔廬)가 주고받은 진(晉)나라 정세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있다. 합려가 군대를 통솔하는 손무에게 물었다.

“진나라의 육경 중에서 가장 먼저 망하는 자가 누구이겠는가?”

손무가 대답했다.

“범씨, 중행씨, 지씨, 한씨, 위씨 순서로 망하고 조씨가 진의 권력을 움켜쥘 것입니다.”

합려가 다시 물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손무가 그 판단의 근거를 자세히 설명하였다. 그 무렵 제후들은 자신의 영지에서 세금을 거두었는데 1묘를 기준으로 하였다. 1묘(畝)는 대략 240㎡이다.

“범씨와 중행씨는 190㎡를 한 무로 정해 세금을 걷고 있습니다. 이는 세금을 많이 걷기 위한 술책입니다. 세금이 늘어나면 가신을 많이 둘 수 있고 군대를 키울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전보다 사치스럽고 거만해져서 함부로 군대를 사용할 것입니다. 이는 백성들이 싫어하는 것으로 민심이 곧 그들을 떠날 것이니 가장 먼저 멸망할 것입니다. 지씨의 상황은 범씨나 중행씨보다는 조금 낫습니다. 하지만 사실 본질은 같습니다. 200㎡를 한 무로 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범씨, 중행씨 다음으로 망할 것입니다. 한씨와 위씨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조씨는 1묘가 280㎡으로 토지 단위가 커서 백성들이 세금에 대한 부담이 적습니다. 세금이 적으니 조씨는 검소한 생활을 할 것이고, 백성들은 그런 조씨에 대해 믿음을 가질 것입니다. 이는 어진 정치를 펴서 백성의 요구에 응하기 마련이니 틀림없이 진나라의 권력을 움켜쥘 것입니다.”

손무의 예견처럼 조씨는 백성들을 위한 어진 정치를 펼쳤다. 얼마 후 민심을 얻은 조씨는 다른 세력들을 멸망시키고 권력을 쥐었다. 이는 ‘자치통감’에 있는 이야기이다.

이상지계(履霜之戒)란 서리가 밟히면 이제 곧 얼음이 얼 징조라는 뜻이다. 작은 조짐을 보면 그것이 화(禍)가 될 것인지 복(福)이 될 것인지 미루어 알 수 있다는 의미이다. 사람은 미래를 알 수 없지만 어떤 일이고 그 시작을 보면 결과를 예견할 수 있다. 안목을 크게 하여 나라의 정치를 살펴보면 정권의 존망이란 민심을 살피면 향방을 알 수 있다. 20대 국회가 개원을 앞두고 있다. 지혜로운 자는 작은 조짐에서 내일의 환란을 경계하기 마련이다. 부디 백성들이 편안할 수 있도록 열심을 다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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