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훈 한국주택금융공사충북지사장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 잎도 4월 총선의 뜨거운 확성기 볼륨을 따라 마냥 울려 퍼질 것만 같았다. 그러더니 때를 놓칠 새라 내리는 봄비에 장성한 나무는 어느새 녹음을 자랑한다. 대낮엔 가끔씩 한 손은 저고리를 쥐고 다른 손으로는 해를 가릴 만큼 덥다. 5월이다.

이렇게 온몸으로 자연의 질서를 체험하는 순간 문득 아! 어머니. 늘 그렇듯이 이 푸른 계절은 학창 시절 기억 속에서 바쁜 엄마만을 인화해 낸다. 그러나 그 자연의 질서는 아들 휴대폰 앞에 쑥스럽다며 손사래를 치시던 어머니의 얼굴에도 여전히 깊게 패여 있다. 그래서인지 필자는 5월이 되면 시큰하고 그렁그렁하다. 하필 당신 생신날과 어버이날이 붙어 있다며 해마다 미안하시다는 말씀에 더 그렇다.

곧 어버이날이다. 어린이날 사흘 뒤로 그 날을 삼은 것은 까먹지 말라는 뜻일까? 어린 자녀들 기 죽을라 제왕적 호사를 아끼지 않다가도 막상 어버이날에는 갑자기 어린이로 돌아가 무슨 보상이라도 받듯이 생 투정을 부리기 일쑤다. 길도 막히고 몸도 고단하고 내일은 특별히 일찍 출근해야 한다는 핑계는 매년 단골 메뉴다. 혹시나 자해공갈용 전화 한통이나 선심성 잠깐 방문 심지어 여행지에서 주문한 꽃바구니로 때워도 되는 날은 아니다.

올해는 어린이날 다음날인 5월 6일이 임시공휴일어서 내리 나흘을 쉬게 되었으니 말 그대로 황금 같은 연휴이다. 이 좋은 계절에 특별 휴가를 어떻게 보낼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는 건 당연하다. 형편이 되는 대로 보내면 되겠지만 미리 맘먹지 않으면 후회 섞인 영수증만 남는다. 가급적 어린이날은 금쪽같은 어린 자녀들과 맘껏 놀자. 그런 다음 나머지 사흘 중 하루쯤은 금쪽같은 아들과 딸로써 부모님을 찾아뵙고 여윈 가슴에 붉은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자. 색종이와 가위로 어설픈 카네이션을 만들던 어릴 적 동심으로 돌아가 보자. 

카네이션을 단 부모님 눈치 채지 않으시게 여기 저기 두루 살펴보자. 걸음걸이나  말소리 그리고 눕고 앉고 일어서는 몸가짐이 작년과 다른지 살펴봐야 한다. 냉장고도 열어서 고루 챙겨 드시는 지도 약봉지와 병원 진료 안내서도 읽어 보면서 약국이나 병원은 맘대로 다니시는지 여쭤봐야 한다. 핸드폰도 살짝 열어보아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자주 대화하시는지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씀씀이 즉 돈이 모자라지는 않은 지 내살림처럼 따져봐야 한다. 부모님들은 언제나 티도 안내시고 괜찮다고만 하시지만 노년에 돈이 궁하면 맘이 오그라들고 서글퍼지기 마련이다. 

요즘 자식들 사이에선 ‘태양의 후예’가, 부모들 사이에선 ‘내집연금 3종세트’가 관심거리이다. ‘내집연금’이란 주택연금의 다른 이름이다. 주택연금은 역모기지(Reverse Mortgage)의 우리식 표현인데 말 그대로 집(주택)을 맡기고 매달 대출을 연금처럼 받아쓰는 것이다.

이번에 나온 ‘내집연금 3종세트’는 지금까지의 주택연금을 대폭 업그레이드했다. 간략히 소개하면 소위 제1종은 아직 갚지 못한 주택담보대출을 주택연금으로 갚고 남는 지분을 연금으로 받는 것이다. 고령자의 주택담보대출 상환부담을 줄이고 연금으로 유도하는 목적이 있다.

제2종은 4·50대 자녀세대들이 보금자리론(주택금융공사의 주택자금대출 상품)을 받으면서 나중에 주택연금을 가입하겠다고 미리 약속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대가로 일정금액을 장려금 명목으로 받을 수 있다. 그때 가서 사정이 생겨 주택연금을 가입할 수 없으면 장려금만 포기하면 되기 때문에 손해 볼게 아무것도 없는 플러스 옵션이다.

마지막으로 제3종은 ‘우대형’이라고 하는데 1억 5천만 원 이하짜리 집 한 채만 가지고 있으면 최대 15%까지 연금액을 더 받는 구조이다. 충북지역의 경우엔 수도권에 비하여 저가 주택이 많다보니 대부분 우대형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렇게 ‘내집연금 3종세트’는 자녀세대인 4·50대의 집 장만에서부터 고령자의 노후생활까지 계획적이고 안정된 경제활동을 염두에 두고 꼼꼼히 챙긴 종합선물세트 같은 것이다.

대부분 노후준비라고는 달랑 살고 계신 집 한 채뿐인 게 대부분 어르신들의 형편이다. 주택연금이라고 여러 번 들어서 알고는 계시지만 자식들 눈치가 보여서 선뜻 가입하겠노라 말씀 못하시는 사례가 허다하다. 평생 당신을 위해선 눈꼽만큼도 마다하시는 분들이니 집 맡기고 돈 타 쓴다는 생각은 자식들에게 미안한 일이라고 여기시는 게 당연지사다. 그래도 무릎을 마주 대고 조곤조곤 마음을 담아 말씀드려야 한다. 자녀로부터 이런 말만 들어도 밖에서 자랑하실 분들이다. 이 좋은 계절 금쪽같은 자식으로서 금쪽보다 더한 선물을 드려야 할 황금연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