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주 이찬주춤자료관 대표·춤평론가

청주시립무용단(예술감독 박시종)의 제33회 정기공연 ‘사월의 눈’이 지난 4월 7일 예술의전당 대공연장 무대에 올랐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천안시립무용단과 대구시립무용단, 현대무용단 무버를 초청해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을 두루 선사했다. 공연의 부제인 ‘나비처럼 자유로운 네 안무자의 시선’으로 춤 풍경을 보여주었다.

첫 무대를 연 천안시립무용단(예술감독 김종덕)은 김성옥 시인의 시 ‘흔들림의 미학(美學)’과 ‘법고(法鼓)’를 춤으로 구현했다. 강렬한 붉은빛 얇은 장삼을 걸친 여성 춤꾼들이 등장해 시구처럼 강렬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춤으로 만나는 문학’으로 세월 속에서 자연을 거스르던 인간이 돌고 돌아 그 엄정한 순리를 받아들이는 내용이 춤에 담겼다. 지난해 12월 천안시립 정기공연으로 올린 작품의 일부를 재연한 것이다.

대구시립무용단(예술감독 홍승엽)의 ‘하프 타임(Half Time)’(신승민 안무)은 세 명의 춤꾼들이 묵직한 정육면체 나무를 장치로 활용한 현대무용 작품이다. 춤꾼들은 정육면체를 굴리고, 들고, 쌓아 오르며 끊임없이 움직인다. 휴식(하프 타임)이 필요한 이유를 역설적으로 보여준 작품이었다. 무대에 오른 남성 춤꾼들 신승민, 김동석, 문진학은 연륜만큼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진 못했지만 일사분란한 호흡으로 인간의 진한 노동 현장을 잘 표현했다. 2013년 부산무용제 대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제주 출신 춤꾼 김설진이 이끄는 현대무용단 무버(MOVER)의 작품인 ‘눈 위에서(On the Snow)’는 동계 스포츠 선수들의 몸짓을 비보잉, 팝핀 동작을 활용해 위트 있게 담아냈다. 이 작품의 안무자인 김설진을 비롯해 등장한 춤꾼 4인은 동계올림픽 몇 종목의 특징적인 동작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조명이 함께하니 아이스쇼 장면 같기도 하다. 팔을 가르며 역주하는 쇼트트랙 동작, 눈 위를 유연하게 미끄러지는 스키 동작, 봅슬레이에 바짝 누워 돌진하는 모습을 춤으로 담았다. 익숙한 동작으로 관객의 공감을 얻어내며 커다란 호응을 이끌어냈다. 봅슬레이 선수 역할의 춤꾼이 유니폼의 지퍼를 열어 가슴속에 숨겼던 태극기를 드러내는 동작에서 웃음과 함께 뭉클한 감정을 선사했다.

마지막으로 청주시립무용단의 한국무용 작품 ‘홀’이 무대에 올랐다. 홀린다는 홀의 의미를 지닌 작품은 무대 후면에 둥실 떠오른 커다란 보름달을 배경으로 시작되어 우리나라의 봄 여름 가을 겨울―사계의 풍경을 담아내며 역동적인 군무가 펼쳐졌다. 처음에는 여성 춤꾼들이 세 그룹으로 나뉘어 서로 어울렸다 풀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윽고 김지성 춤꾼이 허리춤의 노란 수건을 풀어 춤동작에 연결시킨다. 만개한 봄꽃 같다. 새로이 등장한 남성 춤꾼(박정한)이 그것을 받아 수건춤을 휘몰아치듯 풀어낸다. 두 남녀 춤꾼은 서로 다른 풍경을 보는 듯 슬픔을 표현하다 무대 뒤로 살며시 사라진다.

장면은 바뀌어 군무진이 이번에는 소매에 달린 색동옷을 입고 등장한다. 가을의 내음을 풍기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윤무로 표현되어 꼬리를 물고 춤이 이어진다. 종소리가 울리면서 가야금이 연주하는 ‘아리랑’의 소리가 무대 위에 크게 울려 퍼진다. 처음에 등장한 머리위에 부포를 단 상쇠와 하얀 달덩이가 다시 무대 뒤에 떠오른다. 인사를 올린 상쇠는 한껏 고개를 젖히다가 조명이 서서히 줄어들자, 고개를 살포시 내리며 막이 내린다. 우리나라, 한국, 한국의 춤사위가 강렬하고도 은근하게 어우러진 작품이었다. 풍경에 등장한 김지성은 작은 체구이지만 강렬한 움직임을 보여주었고 박정한은 크고 시원한 동작선을 보여주면서 두 사람의 대무(對舞)는 오래된 호흡을 과시했다.

이번 청주시립무용단 정기공연 ‘사월의 눈’을 통한 전국의 공공 무용단과 협력은 춤의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작업으로 여겨진다.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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