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최근 2011년 고려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으로 출교 조처되었던 가해자 세명 가운데 두명이 각각 성균관대와 지방대학 의대에 재학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고대에서 내린 징계인 출교는 다시는 재입학 할 수 없는 최고의 징계이다. 동일 사안에 대해 한 학교는 출교는 다른 학교는 입학을 허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성범죄자가 의사면허를 받아서 의사가 되는 것에 대해 반대 견해가 있는 반면에 2년 6개월의 징역과 교도소에서 충분한 교화를 거친 만큼 의대 재학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논쟁은 개인의 권리가 우선이냐 공공의 이익이 우선이냐의 논쟁이다. 개인의 권리를 주장하는 입장은 헌법적 권리인 직업 선택의 자유와 법적 권리는 아니지만,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실패의 자유를 인정하자는 주장이다. 그리고 실정법으로 성범죄자에 대해 의대 진학을 막거나 의료면허를 발급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없다는 면에서 의대 진학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반대의 주장은 생명을 다루는 의사에 대하여는 높은 수준의 직업윤리가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윤리란 사람이 마땅히 행하거나 지켜야 할 도리를 의미한다. 직업윤리와 관련해 의사의 윤리가 역사적으로 가장 먼저 강조됐다는 것은 그만큼 의사의 책무와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의사의 윤리를 이야기할 때 의사는 기술이 아닌 사람을 살리는 어진 기술이라는 의미의 인술(仁術)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이에 사람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은 성범죄자는 의사로서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다.

의대에 입학해서 제일 먼저 배우는 의사윤리의 첫 번째 규범인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유추해 보면 의과대학 교수는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제자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의대 교수는 이러한 권한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논쟁은 법과 윤리의 문제이다. 법보다 윤리를 강조하는 일반 국민의 약 80% 정도가 개인의 권리보다 공익을 강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 무엇이 정의인가? 롤스(John Rawls) 정의론의 제1 법칙에 의하면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 개인의 자유는 극대화되어야 한다. 성범죄자는 타인의 자유를 억압한 것으로 처벌을 받는다. 정의론에 의하면 일반 국민은 성범죄자로부터 치료를 받지 않을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가져야 한다.

실정법적으로 개인의 권리란 차원에서 성범죄자의 의대 입학과 면허 취득을 막지 못한다면 적극적인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를 통해 개인의 의료에 대한 선택의 자유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제도에서 일반인의 이에 대한 권리와 자유를 누리는데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에게는 일반인보다 더 높은 윤리 기준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 기준을 준수하는 것은 법이 아닌 그 나라의 성숙도에 의해서 결정된다. 우리가 법보다 사람으로 지켜야 할 윤리를 강조하는 나라라면 이러한 일은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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