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석 한국교통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구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벌인 세기의 대결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가운데 말 그대로 다양한 담론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한국형 인공지능을 위해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으며 IBM 왓슨은 이슈적인 측면에서 알파고에 밀리는 분위를 연출하자 자신들의 자연어 처리능력을 부쩍 강조하고 나서기도 했다.

냉정하게 말해 아직 인공지능의 발전을 논하는 상황에서 거대담론을 다루기에 우리는 너무 많은 곳을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알파고의 등장으로 인류는 자신의 두뇌로는 도저히 계산할 수 없어 사유의 영역으로 남겨둔 무한한 수학의 신세계를 인공지능이 정복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그러나 우리는 코끼리 다리를 더듬는 방식으로 알아가고 있는 현재의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도출해 시나리오를 만드는 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모든 학문은 초창기일수록 이견을 가진 사람들의 도전이 있기 마련이다. 인공지능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은 물리학의 규칙에 의해 설명될 수 있기 때문에 그의 행동은 이러한 규칙에 의해 기술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자신의 행동이 이러한 규칙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잘 모르지만 얼마든지 자전거를 탈 수 있다.

말하자면 인간이 자신의 행동에 관한 규칙을 모르는 상태에서 행동을 얼마든지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 학자들이 규칙에 의해 인간의 행동을 기술할 수 있다면 인간의 모든 행동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뜻이다. 더욱이 인간의 행동 중에는 일상생활에서 문법에 어긋나는 언어를 구사하더라도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는 것처럼 일정한 규칙에 의해 표현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인간수준의 지능적인 행동을 기계로부터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목표라는 주장도 있다.

인간의 지능을 시뮬레이션하려는 인공지능의 목표는 애당초 비현실적인지도 모른다. 생물학적 측면에서 인공지능은 기능적으로 뇌가 컴퓨터와 비슷하게 동작하는 것으로 전제했지만, 컴퓨터에서 사용되는 디지털방식과는 달라 뇌에서는 정보가 아날로그 형태로 처리되기 때문에 인공지능은 초창기부터 인간의 뇌를 정확하게 복제하는 시도를 포기하고 그 대신에 마음이 작용하는 방법의 연구에 메달 릴 수밖에 없었다.

심리학적 측면에 인공지능은 인간의 마음이 기호를 구성할 수 있으며, 기호를 조작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가정해 마음이 컴퓨터처럼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인간이 말소리를 듣고 이해하거나 시각적 이미지를 보고 해석하는 능력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서 컴퓨터 안에 집어 넣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 인간의 지능을 컴퓨터로 실현시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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